現정권초 금융감독체계 손 안대 부메랑… KB사태도 한몫

입력 2014-09-16 04:16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이 빠졌다. 당시 유민봉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총괄간사(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는 "금융감독체계는 현행대로 유지되고 추후 조직 개편은 로드맵에 담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개편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돌린 것이다.

당시 인수위 논의과정에서는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업무를 감독 업무와 분리해 기획재정부로 이전하는 방안과 금융감독원을 건전성 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기구로 나눠야 한다는 '트윈픽스(쌍봉형)' 방안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의 로비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현 정부 출범 후 1년 반이 지났지만 정부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KB사태에 대한 금융 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것도 인수위 시절 논의만 무성한 채 금융감독체계를 바로잡지 못한 것이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이다. 금융정책을 우선하는 데 따른 금융감독의 부실화, 금융위와 금감원의 업무영역 다툼으로 인한 시장 혼란 등 금융위-금감원으로 이원화된 금융감독체계의 폐해가 새 정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치금융과 낙하산 관행도 여전하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행 금융감독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금융정책 기능을 금융감독 업무와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 업무와 소비자보호 업무를 분리해 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KB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이 은행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이라며 "금감원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게 징벌적으로 중징계를 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금감원의 건전성 감독기능과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인수위에도 참여했던 강 의원은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해 별도 제출한 법안은 없고 제가 정부 의견을 반영해 법안을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에서 금융소비자원을 신설하려면 금융위에서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금융지주회사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 개선방안으로 지주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할 것과 낙하산 금지 및 회장 등 임원 선출절차 개선, 지주회사 경영투명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