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탈당 검토 파문이 확산되면서 이번 사태가 ‘분당(分黨)’ 등 야권 정계개편의 촉매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총선이 1년6개월 이상 남은 만큼 당장 제1야당이 쪼개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누적된 당내 계파 갈등을 감안하면 향후 분당 시나리오를 그리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분열 DNA 깨우는 ‘박영선 탈당론’=박영선 탈당론이 분당 시나리오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실제로 경험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친노(친노무현)계가 주도한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김한길 전 대표가 주도한 2007년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은 선도 탈당이 신호탄이었다. 야권이 언제든 탈당과 분당을 통해 재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대선 패배, 지난 7·30재보선 참패 등을 거치면서 정권창출 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전 대표와 합당 이후에도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은 당 지지율이 10%대를 오르내리는 위기상황이다. 게다가 계파 갈등이 재현될 때마다 당내에서는 “이럴 거면 차라리 당을 쪼개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의 경우 지난 8월 초 비대위원장 선출 당시 ‘투쟁정당 이미지 탈피’를 선언했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을 통해 중도와 보수 끌어안기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앞서 안철수·김한길 투톱 체제 역시 중도 지향을 내걸었으나 4개월 만에 단명했다.
때문에 친노계와 비노계, 중도와 진보세력 등으로 갈라지는 분당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박 위원장과 안·김 전 대표가 중도파를 규합하는 방식이다. 안·김 투톱과 가까운 중도파는 20∼30명이다. 김 전 대표는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하며 ‘비노 중도’를 내세워 23명 의원의 집단탈당을 주도한 바 있다. 당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과 김 전 대표의 동반 탈당 시나리오가 돌기도 한다. 그러나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일 없다”며 “박 위원장을 퇴진시키려는 측에서 흘리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원내대표가 탈당을 하면 당이 쪼개지는 사태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많다”며 “기성 정치가 실패했으니 그 열망을 받아낼 수 있는 제3세력이 지금 나오면 상당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실적 동력은 떨어져=박 위원장이 탈당하더라도 당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0대 총선이 2016년에야 치러지기 때문에 의원들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자 세력화를 추진했던 ‘안철수 신당’의 실패도 결국 총선이 너무 멀다는 게 큰 이유였다.
새정치연합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2003년, 2007년과 비교하면 현상이 비슷해 보일 순 있으나 객관적 상황요인과 명분을 따져보면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탈당 이후 신당 창당이라는 확실한 목표와 시나리오가 있고, 이를 추진하는 구심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부인했다. 계파가 없는 박 위원장을 따라 동반 탈당할 의원도 거의 없어 보인다. 안·김 전 대표 역시 투톱 체제 실패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어 운신의 폭이 좁다. 그러나 야권 안팎에서는 추가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급격한 변동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
[흔들리는 새정치연합] 분열 DNA 깨우나… 야권發 정계개편 신호탄?
입력 2014-09-16 0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