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서 번성 중인 대리모 시술 (중)] 상담에서 신생아 수송까지 전과정 한국어로 상세히 보내와

입력 2014-09-16 05:58 수정 2014-09-16 17:59

대리모의 임신기간 생활비도 오롯이 의뢰자의 몫이다. 여기에는 기본 3000만원 정도가 드는데, 용돈 등을 포함하면 금액이 대폭 늘어난다. 현지 방문 시 숙박비와 교통비 등은 별도다. 현지 계약서 작성과 공증, 출산신고 등을 위한 법률 자문료 500만원도 필수다. 이 중 브로커가 중간에서 가져가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지 대리모는 출산 성사비로 10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는 “보고서를 절대 외부에 유출하지 말아 달라”며 “당신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정보와 서류는 아기 양도 후 파기한다고 했다.

◇모체(母體)의 상품화…‘아기 공장’ 실태=브로커는 대리모를 ‘우리의 가족’이라고 칭했다. 윤리적 문제 등으로 갈등하는 의뢰인의 거부감을 덜어주려는 시도로 짐작된다. 그러나 실제로 대리모는 철저히 상품처럼 관리되고 있었다. 이 브로커는 “대리모의 기존 임신 성공률과 질병기록, 정신건강 및 신체 상태, 교육 수준 등을 고려해 대리모를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대리모 본인의 흡연과 음주, 약물 복용 여부는 물론이고 친인척의 생활습관도 점검한다고 했다.

브로커에 따르면 대부분 인도인이거나 태국인인 대리모는 아이가 최종 ‘수송 완료’될 때까지 알선 업체가 마련한 공간에서 지낸다. 현지에서는 이런 집단 거주 공간을 ‘아기 공장’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가 부른 여성들이 작은 침대에 일렬로 누워 있는 이곳의 모습은 다큐멘터리와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브로커는 이런 모습에 대해 오히려 “언론이 보도할 정도니 안심하라”고 강변했다.

그는 “대리모는 본인이 원할 경우 언제든 간호사를 호출할 수 있고, 맛있는 식사와 영양제를 먹으며 매달 일정한 용돈과 태교 서비스도 받는다”면서 “대리모의 건강과 안락이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알려진 실상은 그의 말과 다르다. 대리모가 합법화된 미국과 영국 등은 물론이고 해외 각국에서는 대리모가 무리한 시술로 출산 도중 또는 출산 후 숨졌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해 4월 노르웨이의 한 언론사는 “인도인 대리모가 노르웨이인 부부를 위해 아이를 낳은 직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리모는 E형 간염 환자였다. 이 질병은 주로 저개발국가에서 많이 발생하며 임부에게서 발병하면 태아에게 전염될 확률이 매우 높다. 노르웨이는 대리모 시술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원정 시술에 나섰다가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에 대해 브로커는 “현지에서 철저한 신체검사를 하니 걱정 말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내 의뢰인이 현지 병원에 가서 대리모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고 다양하게 검사가 이뤄졌는지 일일이 확인할 방법은 없다.

대리모의 건강 상태는 태아의 건강과 직결된다. 제삼세계 대리모의 생활 환경이 열악하고 시술 과정이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이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아직 대리모 시술이 있다는 사실조차 생소한 우리나라에는 이 같은 상황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외국서 불법 판쳐도 정부가 손 쓸 도리 없어=이렇게 해외 대리모를 이용하는 건 현재 국내법상 제재 대상이 아니다. 관련법이 아예 없는 ‘무법(無法)’ 상태여서다. 문제는 이를 빌미로 난자 매매 등 명백한 불법이 해외에서 암암리에 진행돼도 우리나라 정부가 단속할 실질적인 방도가 없다는 사실이다.

대리모 알선 브로커들은 대부분 난자 매입·매매도 함께 진행한다. 건강한 난자 채취가 불가능한 한국인 불임 부부가 인도인 대리모를 통해 ‘한국인 외모’의 아기를 낳으려면 한국 여성의 난자를 따로 구해야 한다. 그러나 난자 매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난자를 얻을 방법이 없어 공공연히 불법 행위가 이뤄진다.

브로커들은 인터넷 불법 광고에 ‘난자를 사고판다’는 말 대신 ‘난자를 기증 받는다’고 쓴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연구 목적으로 난자를 기증하는 행위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불임 인구는 2008년 16만2459명에서 지난해 19만9114명으로 22.6% 증가했다. 대리모 시술의 유혹을 받는 불임부부도 점점 많아질 것으로 추측되지만 보건 당국의 손길이 좀처럼 미치지 않고 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