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與 혁신위장으로 컴백

입력 2014-09-16 04:49

김문수(사진) 전 경기도지사가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에 내정됐다. 비박(비박근혜)계인 김 전 지사는 2004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 당선된 뒤 8년 만에 '여의도 정치'로 복귀한다. 김 전 지사는 15일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면서 "죄인 된 심정으로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김무성 대표가 김 전 지사를 보수혁신특별위원장으로 결정한 것은 두 차례 도지사 경험과 3선의 국회의원 경력, 그리고 무엇보다 김 전 지사의 개혁에 대한 진정성과 성실함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문수 혁신위원장 카드는 김 대표가 직접 공을 들여 삼고초려한 결과다. 김 대표는 추석 직후 김 전 지사를 직접 만나 당 혁신 작업의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사람은 1996년 15대 국회 입성 동기다. 김 전 지사의 복귀로 여권의 차기 대권 유력 후보들이자 51년생 동갑인 김 대표와 김 전 지사, 정몽준 전 의원이 새누리당의 한 지붕 아래에서 활동하게 됐다.

김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위해선 천하의 인재들을 모두 불러모아야 한다"면서 "김 전 지사는 누구보다 개혁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고 정치적 경험이 많아 보수 혁신의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한 이후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먼저 내 탓이라는 자세로 임하겠다"면서 "나부터, 새누리당부터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노동운동가로 활동해 오다 이재오 의원 등과 민중당을 창당하며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제도권 정치에 뿌리 내리지 못하자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며 보수 정당인 신한국당의 공천을 받아 15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차떼기당' 오명을 쓰고 치른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최병렬 당시 대표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을 줄줄이 탈락시켰다. 이번 혁신위원장 기용도 당시 과감했던 개혁 공천의 성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격을 주저하지 않아 청와대와의 관계가 아직도 불편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새누리당은 나머지 특위 위원들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하고 이번주 내 혁신위를 공식 출범시킬 방침이다.

하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