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연구중심 진료시스템 구축… 새 치료법 임상에 신속 적용”

입력 2014-09-16 03:45
전립선암 치료를 해온 이강현 교수가 국립암센터 제6대 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원장은 국립암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와 진료로 국민들을 암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암은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질환으로, 암을 정복하기 위한 노력은 예방, 연구, 진료 활동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 ‘암정복프로젝트’에서는 암의 예방과 연구, 진료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국립암센터 이강현 원장을 만나 국민들의 암 치료와 예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대담을 통해 국민들이 암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하는 ‘보루’로서 국립암센터의 향후 전략과 계획을 소개한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암이래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네티즌의 질문에 ‘국립암센터를 가보세요’라는 간단한 답변이 달렸다. 환자가 생각하는 좋은 병원, 지인이 위중한 병에 걸렸을 때 추천할 수 있는 병원, 이것이 국립암센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최근 2∼3년 사이 대형병원마다 암센터가 들어섰다.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첨단장비가 들어 차 있는 것은 물론이고 호텔만큼 고급스럽다. 최근에 들어선 암센터의 모습은 하나같이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을 지향한다. 그런데 국립암센터는 이와 조금 다른 모습이다. 압도당할 만큼의 규모도 아니고 내부 인테리어도 지극히 ‘병원’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병원이란 사실에는 변함없다.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암 진단 시 치료를 희망하는 병원으로 국립암센터가 1위에 뽑혔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국립암센터는 그동안 암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올바른 암 예방과 치료, 영양관리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 국립암센터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크게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연구소 △부속병원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등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져 있는데 이 중 국가암관리사업본부에서 운영하는 국가암정보센터는 연간 86만명의 방문자수를 기록한다. 국민들은 최고의 암전문의와 암전문간호사, 영양팀의 노하우가 집약된 이곳에서 암 진단부터 치료, 회복 과정에서 갖게 되는 여러 가지 궁금증을 해결한다. 최근 국립암센터의 새로운 수장이 된 이강현 원장(제6대 원장)은 본지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국립암센터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이 병원만의 숨은 노력과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가 설립된 지 14년이 됐습니다.

“국립암센터는 2000년 1월 정부의 ‘국립암센터법’에 의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암 연구·진료·교육 전문기관입니다. 암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와 진료를 주 기능으로 하는 부속병원 그리고 국가 암 관리 사업의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국가암관리사업본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세계 유일의 기구죠. 연구 중심의 진료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모든 진료 자료가 연구에 활용되고, 연구에서 도출된 새로운 치료법이 임상에 신속히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연구와 진료업무 연계체제는 다른 대형병원들과 구별되는 차별점입니다. 최근 여러 병원이 실시하고 있는 다학제적 통합진료는 국립암센터에서 처음 선보였던 것으로 성공적인 사례가 많아지자 다른 병원들이 잇따라 통합진료를 실시했습니다.”

-암 예방과 진단, 치료 등에 관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주요 연구 분야로는 항암 표적 발굴을 위한 암 발생기전 연구, 첨단 암 진료기술 및 의료기기 개발, 신기술 실용화 지원체계 구축, 암 발생의 유전 및 환경 인자 발굴, 암 위험요인 관리·중재 연구 등입니다. 특히 최근 근거 중심의 암 연구에서 개인 맞춤 치료 연구로 바뀌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해 유전체 연구, 맞춤 검진과 개인의 암위험도 연구 등 유전자적 특성연구 등을 집중적으로 수행할 예정입니다.”

-신기술 개발과 보급 체계는 어떻게 갖춰져 있는지요.

“암에 대한 신기술이나 표준 진료 지침이 만들어지면 연구 논문이나 워크숍, 암정복포럼 등의 행사 혹은 보도자료, 홍보 등을 통해 적극 발표하고 있습니다. 연구소 분야에서 새로 제시되는 내용은 암정복포럼을 통해 격월로 신기술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올해 6월 발표된 대한간암학회-국립암센터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은 간세포암종 진료를 담당하는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전문가 42명이 참여했고 2009년 개정 이후 5년 동안 더욱 발전한 진단 기술과 치료법 등의 517편 논문을 근거로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진료를 제시한 것입니다.”

-암 치료를 위한 국내외 협력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요.

“국내 다수의 병원 및 기관과 협약을 체결해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국제 협력기관으로는 일본 및 중국 국립암센터와 아시아국립암센터연맹,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 등이 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업무협약을 체결한 국제암연구소와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발생률 2위인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 2위인 위암의 예방을 위해 헬리코박터 치료 및 검진 전략을 개발할 것이며 이는 향후 위암 연구에 관한 우리나라의 임상 연구수준을 강화하고 연구 결과를 전파할 수 있는 모범적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협약을 체결한 이후 공동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한 암정복 연구를 진행하시던데요.

“내부적으로는 국가암관리사업본부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TFT를 구성했는데 이 TFT를 중심으로 바이오 빅데이터 시대의 암 연구개발 정책과 비전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를 갖고 이에 필요한 실질적인 교류를 통해 미래 R&D 전략과 비전을 제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립암센터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4월 암 관리 정책에 필요한 연구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암 예방에서 검진, 치료, 생존과 사망에 이르기까지 암 관리정책수립에 필요한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국가단위의 빅데이터를 산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양 기관은 ‘암 종합정보 DB’를 기반으로 ‘암 발생의 위험요인 규명’과 ‘치료방법 간 효과 비교·검증’, ‘암 관련 정책에 대한 실증적 평가’를 통해 암 예방 및 관리정책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외환자 유치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해외환자 특히 전립선암 환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임할 예정입니다. 교포분들에게 암예방 건강검진 또한 적극 추천하여 드릴 예정입니다. 국립암센터가 국민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암센터, 해외에 계신 교포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는 그런 암센터가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4개의 단위 조직이 각 역할을 통해 인류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클 것이라고 생각되며 세계 최고의 암센터라는 비전도 그런 바탕 위에서 세워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리=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