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를 시행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여론수렴조차 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했다는 자체가 충격적”이라며 비난했다. 9시 등교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북 광주 제주 등도 등교시간 조정을 예고했다.
교총은 15일 경기도교육청의 정보공개 청구 회신 내용을 공개했다. 회신 문서에는 ‘9시 등교 의견수렴 및 등교 실태 조사는 지난달 18∼30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조사하지 않았다’고 돼 있다. 도교육청은 그동안 9시 등교 추진 근거로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왔다. 지난달 13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9시 등교 시행을 앞두고 학부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만난 학생 100%는 9시 등교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지난 1일 도교육청을 상대로 학교별 학생·학부모의 9시 등교 의견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학생·학부모들이 9시 등교를 실제로 원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물증을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답변은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9시 등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결정하는 것인데 전수조사는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다만 지난달 중순 표본조사를 했는데 학생 60%가량이 9시 등교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조사 내용을 취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체적 설문 결과 공개는 거부했다. 교총은 ‘등교시간에 대한 국민공청회’ 개최를 교육부에 요구하는 등 9시 등교 반대 운동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에 이어 전북 광주 제주 등도 등교시간을 늦출 예정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이날 “다음 달부터 초·중·고교의 등교시간을 현재보다 30분 늦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시교육청 역시 초·중·고교 교장단협의회를 열고 일선학교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르면 내년부터 9시 등교를 추진한다.
김유나 기자, 전주=김용권 기자
전북·광주·제주도 ‘9시 등교’ 시행 예고
입력 2014-09-16 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