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영리병원 1호 산얼병원 설립 결국 무산

입력 2014-09-16 03:17
국내 최초의 외국계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외국병원)으로 제주도에 들어설 예정이던 중국 ‘산얼병원’의 설립 승인이 결국 무산됐다. 국민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병원 운영 주체의 상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규제 완화에만 매달려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외교부 공관의 중국 현지 조사와 제주도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보완계획을 검토한 결과 최종적으로 제주도에서 요청한 산얼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산얼병원 사업 주체인 중국 톈진화업의 한국법인 차이나스템셀(CSC)은 ‘줄기세포 치료를 통한 항노화 진료와 성형 진료를 시행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우리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그해 8월 복지부는 국내에서 줄기세포 시술이 불법이고 응급환자 발생 시 대응체계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승인을 보류했다.

설립안이 다시 물위로 떠오른 건 정확히 1년 뒤였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9월 중 산얼병원 승인 문제를 재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된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제주도의 문을 열고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면 영리병원 설립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산얼병원 승인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톈진화업 자이자화 회장이 지난해 7월 경제사범으로 중국에서 구속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산얼병원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산얼병원의 최대 주주인 산얼바이오 유한공사와 광성예광투자 유한공사가 지난해 8월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고, CSC 그룹이 줄기세포 관련 시술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여서 불법시술 가능성도 여전했다. 그룹 차원에서 제주도 내 병원과 체결한 응급의료 협약 역시 최근 해지된 것으로 드러났다.

숱한 논란 속에 복지부는 결국 투자자 적격성, 응급의료체계 미흡, 줄기세포 시술 가능성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불승인 방침을 내놨다. 505억원을 투자해 48병상 규모로 만들려던 산얼병원 설립안은 1년6개월여 만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를 두고 정부가 영리병원 설립에 투자 논리로만 접근하며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