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박영선 탈당설’ 쇼크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탈당설이 제기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5일 당무를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박 위원장은 16일까지 탈당 여부를 포함한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이 끝내 탈당한다면 새정치연합은 ‘분당’(分黨) 논란 등 극도의 혼돈상태에 휩싸일 전망이다. 사실상 이미 ‘정당 붕괴’가 시작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진들이든, 나를 내쫓으려 하는 초재선 의원들이든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하면 그때 그분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나갈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초재선 의원들 중심으로 물러가라고, 아니 아예 당을 떠나라고 하는 것 같고 나를 죽이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쫓겨나는 것 같아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탈당하면 당이 공중에 떠버리는 것이니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고 했다. 당에서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정하는 대로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이다.
당 대표가 이틀째 잠적하자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우왕좌왕했다. 이런 와중에 의원 20여명은 박 위원장의 모든 당직 사퇴를 재촉구하고 나섰다. 당 대표는 소속 의원들과 연락을 끊고, 의원들은 잠적한 당 대표에게 하루빨리 퇴진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서로에 대한 신의, 리더십, 책임 등이 완전히 사라지고 ‘악다구니’만 남은 모습이다.
1차적으로는 당 통제력을 상실한 박 위원장에게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 발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외부 비대위원장 내정 등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자충수를 뒀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특정 계파 혹은 특정 그룹들이 지역위원장 선정 등을 앞두고 박 위원장을 조직적으로 흔들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의 실패까지 감안하면 박 위원장의 실패는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된다. 당내 계파 우선주의, 중도를 용납하지 않는 폐쇄성을 둘러싼 갈등이 이번 사태를 통해 폭발한 것이다. 내부 갈등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는 무능함도 재현됐다. 새정치연합이 두 번의 총선(2008년·2012년)과 두 번의 대선(2007년·2012년), 최근 3년간 각종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이 같은 내부 분열이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시점에서 드러난 문제를 마치 없었던 것처럼 다시 덮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분당하는 것도 시민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의미에서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
위기의 제1野黨 뿌리째 ‘흔들’
입력 2014-09-16 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