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은 유재석(66·가명)씨는 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혼란에 빠졌다. 흉부외과 교수는 수술을 권유했으나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이 더 적합하다고 했다. 다른 병원에도 들렀지만 혼란은 커져 갔다. 그러던 중 그는 한 진료과에서 치료를 받는 대신, 여러 과가 공동 연구·진찰하는 '다학제진료'를 받기로 했다. 다학제진료란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특정 환자의 상태를 논의하고 최선의 치료방법을 모색하는 진료 방식이다. 이는 한 환자를 상대로 다양한 진료과에서 최상의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런 방식을 적극 도입한 곳은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이다.
명의(名醫)는 잘 알려져 있지만 ‘명의(名醫)팀’은 왠지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요즘 의료 현장의 대세는 협진을 통한 집중 치료다. 특정 의료인 한 명에 의존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특히 암은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얼마나 빨리 제거하느냐가 관건이라 의사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팀워크를 통한 협력 치료가 암 정복의 지름길이라고 전문의들은 진단한다.
◇사망률 1위 폐암,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치료 시너지 창출=폐암 발병률은 전체 암 중 ‘4위’,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발병률에도 불구하고 조기 발견이 어려워 ‘사망률은 1위’다. 부천성모병원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집중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폐암전문센터’를 도입한 이유다. 부천성모병원은 2008년부터 쌓아 온 ‘협진’ 노하우를 하나로 결집, 다른 어느 곳보다 앞선 2012년에 ‘폐암협진팀’을 꾸리고 폐암 정복에 나섰다.
부천성모병원 ‘폐암전문센터’에는 분야별 10년 이상 활약한 7개과 교수와 관련 의료진이 탄탄한 팀워크를 이루고 있다. 호흡기내과(권순석·김용현·박기훈 교수), 혈액종양내과(진종률·전상훈·이국진 교수), 흉부외과(김영두·전현우 교수), 영상의학과(정명희 교수), 핵의학과(김정호 교수), 병리과(김진아 교수), 방사선종양학과(윤세철 교수)를 중심으로 매주 화요일 한자리에 모여 환자의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의무기록 등 문서 위주의 공유와 협의에 그치는 다른 병원의 명목상 협진이 아니다. 10명이 넘는 전문의들이 ‘브레인스토밍’으로 각 임상과의 노하우와 경험, 학술정보를 총망라한 ‘환자별 맞춤 치료’ 방법을 찾는다. 때문에 2012년 3월 폐암전문센터 오픈 후 폐암수술환자 수가 2011년 대비 2012년에는 127%, 2013년에는 177% 급격히 증가하는 등 폐암전문센터를 찾는 환자 수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협진 이후 폐암환자 생존율이 2배 이상 높아진 결과다.
◇병기에 따라 치료법 세분화, 7개과 드림팀 모여 ‘다학제진료’=폐암 협진팀을 이끌고 있는 권순석 호흡기내과 교수(진료부원장)는 “폐암은 아직도 치료 방법 선별이 명확하지 않아 연구가 진행 중인 암으로, 병기가 전체 4단계로 나뉘며 3단계까지는 다시 A·B 형태로 세분화(4기는 말기)돼 있어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과 예후가 각기 달라진다”며 “진료과별 전문의 의견 조율을 통한 팀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치료는 물론 연구 성과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폐암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는 최초 호흡기내과로 내원해 조직검사를 포함한 CT, 기관지 내시경, PET-CT 검사를 진행한다. 7개과 협진을 통해 검사 결과를 보며 수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 등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이후 3∼4개 유관 의료진이 환자 면담을 진행한다. 최소 7개 진료과가 모이는 폐암 협진은 부천성모병원이 유일하다.
폐암전문센터를 이용한 환자들은 단시간 정확한 검사와 진단 후 폐암 완치를 위한 최적의 복합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검사결과를 기다리면서 갖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여러 과를 배회하듯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것을 큰 만족으로 꼽고 있다.
또 환자의 전인적 치유를 위해 협진에 성직자가 동석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진 시 성직자의 동석은 환자와 보호자가 다수의 의료진을 한 자리에서 대면할 때 느낄 수 있는 위압감과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의료진만을 대면했을 때보다 안정감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협진에 대해 2008년 1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메디컬협진센터를 이용한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이 병원에서 자체 실시한 환자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99%가 의사의 진료 과정에 ‘매우 만족’ 또는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98%가 검사 절차 설명에 대해서도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권순석 교수는 “한 명의 폐암 환자를 위해 7개과 교수와 관련 의료진이 함께 모여 진단과 치료에 임하는 협진 시스템은 병원 수익보다 환자 치료를 우선하는 가톨릭병원의 진료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폐암 치료는 스타 의사도 중요하지만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역량이 하나로 모아져야 치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부천성모병원 ‘폐암전문센터’, 7개과 드림팀 협진 환자에 희망 심는다
입력 2014-09-16 0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