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 국회의원을 가진 제1야당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 대권과 대여 협상권을 가진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면서 당이 진공상태에 빠졌다. 급기야 박 위원장이 탈당을 거론한 뒤 칩거하면서 분당설 및 정계개편설이 나돌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이는 단순히 야당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정기국회의 무기한 공전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내홍은 뿌리 깊은 계파 갈등에서 비롯됐다. 친노세력 중심의 강경파와 중도·온건파의 끊임없는 대립은 7·30재보선 참패 이후 당을 혼돈에 빠뜨렸다. 사실 박 위원장은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퇴진 후 떠밀리다시피 혁신위원장을 맡았다. 그럼에도 소장 강경파 의원들은 박 위원장의 당 운영에 협조하기는커녕 사사건건 흔들기만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두 번째 여야 합의안은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았으나 강경파 의원들은 대놓고 단원고생 유가족 편을 들면서 추인을 거부했다. 문재인 의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탈(脫)투쟁 정당을 선언했던 박 위원장으로서는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 위원장의 미숙한 당 운영이 리더십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불과 2년 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에 앉히려 한 것은 건전한 상식으로 보면 명백한 실책이다. 문 의원과의 사전 조율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 정서상 야당의 간판으로는 매우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야당 지지자들에게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인사를 왜 시도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박 위원장이 그것이 무산됐다고 해서 탈당 운운하며 칩거한 것도 정치 지도자로서 옳은 태도가 아니다.
제1야당의 표류는 당연히 국회 운영에 악영향을 미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부지하세월이 될 가능성이 커졌고, 여야 합의로 법사위까지 통과한 91건의 법안 처리와 수많은 경제·민생 법안 심의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새누리당이 연일 국회의장단을 압박하고 있지만 야당 내분이 지속될 경우 국정감사와 새해 예산안 심의도 겉핥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게 할 것이 뻔하다.
새정치연합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하루빨리 당의 리더십을 회복하고, 국회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 중진 의원들이 다들 당권에 눈이 멀어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면 국회의장과 당 대표 등을 지낸 원로들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 당의 쇄신이나 혁신은 고사하고 최악의 분열 상황이라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의정 경험이 많은 원로들과 전체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 난상토론을 해서라도 조기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제1야당의 침몰을 막는 것은 야당 지지자들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국리민복을 위해서도 긴요한 일이다.
[사설] 제1야당의 끝없는 추락, 당사자들은 알고 있나
입력 2014-09-16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