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인 사업가가 태국에서 각기 다른 대리모를 통해 자녀 16명을 얻은 사건이 알려져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호주의 한 중년 부부는 지난해 12월 태국 대리모를 통해 남녀 쌍둥이 아기를 얻었으나 장애가 있는 남자 아기를 버리고 갔다. 대리모 출산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태국 군사정부는 지난달 13일 상업적 대리모 금지 법안을 승인했다.
대리모 출산은 국내에서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005년 인터넷을 통한 난자 매매가 적발된 데 이어 2006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일본 불임 전문업체가 전문적으로 대리출산을 위한 한국행을 주선하고 있고 한국인 대리출산에 700만엔, 난자 적출에 100만엔가량 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인터넷에는 대리모 출산을 알선하는 업체들이 널려 있다. 2011년에는 인터넷으로 대리모를 모집해 불임부부에게 난자를 제공하고 대리출산을 알선한 브로커 등이 붙잡히기도 했다. 한술 더 떠 국내 유명 불임치료 병원들이 대리모 시술을 알선하고 인도 등 대리모 시술이 합법화된 해외 원정시술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는 국민일보의 기획보도는 충격적이다. 국내와 인도·태국 등의 대리모는 아기 1명당 5000만원, 미국 등 선진국의 대리모는 2억원의 시술비용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아기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20만 불임 환자들의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소중한 생명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거스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생명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더구나 여성을 아기 낳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문제는 대리모 출산과 관련해 아무런 법규정이 없어 단속은커녕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정자나 난자를 거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난자 매매보다 윤리적으로 더 심각한 대리모 출산은 법규 미비로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대리 출산에 대한 규정은 나라마다 다르다. 인도와 미국 일부 주 등은 대리모를 인정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금지하면 ‘해외 원정대리모’ 등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작용을 뻔히 알면서 손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대리모 문제를 쉬쉬만 하기보다 사회적 해법을 공론화해야 할 때다.
대리모 출산은 자식을 낳아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유교적 문화와 내 핏줄, 내 혈육만이 자식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빚어낸 우리 시대의 슬픈 단면이다. 배 아파 낳은 자식만 내 자식은 아니다. 가슴으로 낳은 자식도 내 자식이다. 지난 60년간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16만5000명이 넘지만 국내 입양자 수는 매년 1000여명에 불과하다. 내 핏줄만 고집할 게 아니라 입양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는 등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설] 불편한 진실 대리모 문제 해법 공론화할 때
입력 2014-09-16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