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냄새나는 수돗물 못믿겠다”… 우물 파는 베이징 시민들

입력 2014-09-16 03:17 수정 2014-09-16 15:43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깨끗한 물을 찾아서 스스로 우물을 파고 있다. 시정부가 공급하는 수돗물을 더 이상 믿지 못하고 자구책을 찾는 것이다.

15일 북경청년보 등에 따르면 칭화대 인근의 수이모 지역 주민들은 지난달에만 20곳에 우물을 팠다. 마모씨는 “수돗물 공급이 일정하지 않고 지난 7월부터는 냄새가 나서 더 이상 물을 먹지 못한다”면서 “그때부터 주민들이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 20대 여성은 “수돗물이 너무 냄새가 나서 생수로 이를 닦고 있다”면서 “수돗물로는 빨래밖에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우물 한 곳을 파는 비용은 6만 위안(약 1015만원)이나 되지만 주민들은 살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 우물을 팠어도 흙탕물이 섞여 나오면서 주민들 고생은 계속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우물을 파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베이징의 오래된 물 부족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베이징 지하수 수위는 1999년 이후 12m나 내려갔다. 베이징시 당국은 수돗물 공급이 가능한 한도 안에서 인구를 억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7월 며칠 동안은 하루 수돗물 사용량이 300만㎥ 이상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물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인구 1만명인 수이모 지역의 경우 10년 전에 비해 10배가량 늘었지만 수돗물 공급은 증가하지 않았다. 결국 만성적인 베이징의 물 부족 사태가 한풀 꺾이려면 창장(長江·양쯔강)의 물을 끌어 북쪽 지역에 공급하는 ‘남수북조(南水北調)’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베이징으로 연결되는 중선(中線) 구간 공사는 조만간 끝나 오는 10월 통수식이 예정돼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