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공 출신 사민당 대표, 복지국가 스웨덴 총리로

입력 2014-09-16 04:02
용접공으로 16년간 일했던 스테판 뢰프벤(57) 대표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s Party)이 14일(현지시간) 실시된 스웨덴 총선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사민당이 중심이 된 좌파연합은 8년 만에 정권을 되찾게 됐다.

AP통신 등은 2006년 집권한 온건당(Moderates Party) 등 우파연합이 경제성장을 이뤘음에도 재집권에 실패한 이유로 청년실업 심화와 양극화 등을 꼽았다.

◇입양아 출신 용접공, 총리되다=스웨덴 총리가 될 뢰프벤 사민당 대표는 스톡홀름 남부 헤게르스텐의 싱글 맘 슬하에서 자랐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생후 10개월 만에 다른 집으로 입양됐다. 뢰프벤은 선거를 앞두고 AFP통신에 "나는 내 가정사를 매우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두 차례 스웨덴 총리를 지낸 울로프 팔메를 존경해 13세 때부터 사민당에서 활동했으며 우체부와 벌목공, 용접공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상고를 졸업한 뒤 우메오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다 중퇴했다. 무기공장 용접공으로 일하다 1979년 단위노조 간부가 됐고 2005년 금속노조 초대 위원장을 거쳐 2006년 당 최고위원, 2012년 1월 당 대표가 됐다.

8년간 우파연정을 이끌었던 프레드릭 라인펠트(49) 온건당 대표 겸 총리가 엘리트 정치인이라면 뢰프벤 대표는 서민풍의 노조 지도자로 스웨덴 대중에 각인돼 있다. 지인들은 그가 화합을 중시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는 총선 승리 뒤 "우리는 연정 구성을 위해 녹색당 등과 대화에 임할 것"이라며 "스웨덴은 갈등을 벌이기에는 너무 작은 나라"라고 말했다.

2007년 노조 대표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지난해 11월 사민당 대표로 두 번째 방한했다. 한국 방문 뒤 일간지에 교육경쟁력 제고와 관련해 "한국을 모방해야 한다"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청년실업 등이 정권교체 원인=우파연합 정권이 편 친(親)기업적 시장주의 강화와 복지 효율화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 좌파연합 승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인펠트 총리는 부유세 폐지와 임금·사업소득자 감세, 고용기업의 준조세 완화 등의 정책을 펴면서도 25만개 일자리 창출, 국민총생산(GNP) 대비 정부 부채 30% 유지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15∼24세 실업률은 2006년 21.5%에서 올해 23.6%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장기실업자도 7만5250명에서 12만1200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순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위에서 28위로 곤두박질쳤다. 라인펠트 총리는 15일 총선 패배를 인정하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내년 봄 온건당 대표직에서도 물러날 것이라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좌파연합의 승리를 복지를 더욱 중시하는 '좌향좌 정책' 회귀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웁살라대학의 라쉬 마그누손 교수는 "스웨덴 좌우파의 이념적 차이를 지나치게 크게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반(反)이민정책을 기치로 내건 스웨덴민주당이 13%의 지지를 받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민당이 연정파트너로 배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35세의 지미 오케손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다. 앞서 치러진 총선에서 좌파연합은 전체 349석 중 158석을, 우파연합은 142석, 스웨덴민주당은 49석을 각각 얻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