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에서의 논의 계기로 北 인권 개선됐으면

입력 2014-09-16 03:30
뉴욕에서 16일 개막하는 유엔총회에서 사상 최초로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장관급 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는 한·미·일 외교장관은 물론 유럽연합(EU)의 주요 외교장관들까지 참석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 인권 개선 필요성을 언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 무대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핵 문제 외에 인권 문제가 추가로 공론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3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 내 수용소 등 인권유린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뒤 고조돼 왔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당시 보고서를 근거로 북한의 인권침해 책임자를 국제사법 절차에 제소토록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특히 미국은 최근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북한의 강제수용소는 내일이나 다음 주가 아니라 당장 폐쇄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이번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주 이례적으로 주민 인권이 잘 보장되고 있다는 내용의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는가 하면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유럽으로 날아가 인권외교에 나섰다. 이수용 외무상은 유엔에서 적극적인 반박에 나설 채비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게재된 200자 원고지 700장 분량의 방대한 보고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준수하고 고문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정권에 대한 적잖은 위협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유엔총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돼 인권침해 사범에 대한 처벌 요구가 담긴다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게는 직접적인 압박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기회에 북한 인권 상황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