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떨렸을까. 19세의 대학 새내기.
15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 마지막 날 경기. 줄곧 선두를 달리다 16번홀에서 역전을 허용한 뒤 1타 뒤진 2위로 18번홀로 들어선 김효주. 그의 상대는 LPGA 41승에 빛나는 40세의 노장 카리 웹(호주)이었다. 파5홀을 파4로 개조한 18번홀에서 김효주는 세컨드샷을 홀컵 4.5m 지점에 붙였고, 최소한 연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버디가 꼭 필요했다.
웹의 세 번쩨 어프로치샷이 빗나간 줄 모르고 자신의 퍼팅라인에만 몰두했던 김효주는 왼쪽으로 살짝 휘어진 오르막 경사 퍼트를 기어코 집어넣고야 말았다. 반면 2006년 이후 8년 만의 메이저우승에 도전했던 웹은 2m 남짓한 파 퍼팅에도 실패하며 딸 같은 김효주에게 역전승을 내줬다. 신데렐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19세 2개월에 메이저 우승을 달성한 김효주는 한국인 최연소 메이저 우승 기록도 갈아 치웠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국여자골프를 이끌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던 김효주는 2012년 아마추어 세계선수권단체전 우승의 주역이었다. 그해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쟁쟁한 프로 선배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던 그는 그해 10월 프로로 전향했다. 프로데뷔 2개월 만에 현대차이나 여자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올렸지만 지난해는 부담감 탓에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국내무대서만 역대 시즌 최다인 상금 8억1000만원을 돌파, KLPGA를 대표하는 선수로 급성장했다.
그의 강점은 유연한 스윙이다. 그의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팬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스윙리듬이 좋아 항상 안정적인 샷을 날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도 그의 강점이다. 이번 대회에서 노장 웹에게 3타 차까지 앞서다 역전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홀에서 경기를 뒤집는 뒷심을 발휘한 것이 좋은 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따낸 김효주는 올해는 남은 국내투어에 전념한 뒤 내년부터 LPGA 투어로 옮겨 세계 정상을 겨냥할 예정이다. 아직 비회원인 김효주는 LPGA 투어 정식 멤버 가입을 신청하면 5년간 투어 출전권을 얻는다.
김효주의 수입도 관심거리다. 김효주는 올해 LPGA 투어에 3차례 출전, 모두 톱10에 드는 실력을 보였다. 이번 우승상금 48만 7500달러를 포함해 미국투어에서만 62만 2413달러(6억4000만원)를 벌어들였다. 국내 투어 상금을 합치면 상금 수입만도 14억5000만원이 넘는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강심장’ 김효주 마지막홀서 웃었다
입력 2014-09-16 06:12 수정 2014-09-16 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