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가 셰익스피어와 사랑에 빠졌다.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탄생 450주년을 맞아 국립오페라단이 그의 작품 두 편을 차례로 선보인다. 로맨틱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과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텔로’가 그것이다.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격정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샤를 구노가 곡을 붙였다. 젊은 연인의 뜨겁지만 순수한 사랑에 서정적인 음악이 어우러진다.
국립오페라단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1986년 한불수교 100주년 기념 공연 이후 28년 만이다. 그만큼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 국립오페라단의 설명이다.
최영석 공연사업본부장은 “최고의 제작진, 최고의 성악가와 함께 준비했다”며 “가장 화려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장이 아니다. 우선 회화 작품 같은 무대로 유명한 연출 거장 엘라이저 모신스키, 뮤지컬 ‘라이언 킹’으로 잘 알려진 무대 디자이너 리처드 허드슨,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사사한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등이 참여한다.
또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각광받는 테너 프란체스코 데무로와 소프라노 이리나 룽구, 테너 김동원과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소프라노 손지혜가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 역을 맡는다.
모신스키는 이번 작품에서 “셰익스피어가 추구했던 사랑 이야기의 본질과 구노가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로맨틱한 성격을 모두 찾고자 했다”며 “특히 현실적이라기보다 시적인 분위기, 사랑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원작처럼 오페라에서도 줄리엣은 적극적이고 도발적인 캐릭터다. 올리비아 핫세가 연기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수줍은 줄리엣과는 거리가 멀다. 오페라는 원작에 담긴 성적 은유를 부각시킨다. 1막에서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키스에 관한 진한 농담을 나누고, 2막의 유명한 발코니 장면에서 줄리엣은 마냥 들떠있는 로미오에게 재빨리 결혼의 족쇄까지 채운다.
손지혜는 “줄리엣을 연약한 소녀처럼 오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강한 캐릭터”라며 “줄리엣의 진지하고 순수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면모를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10월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프랑스어. 180분. 1만∼15만원(02-586-5282).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주세페 베르디가 73세에 6년의 장고 끝에 완성한 대작. 작품 전체에 거장의 숨결이 담겨있어 베르디 오페라의 진정한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규모가 방대하고, 깊고 무거운 연극적 요소가 있는 작품이라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1887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됐으며 베르디 작품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오페라로 손꼽힌다. 주인공은 인종 차별 분위기에서도 뛰어난 능력으로 총독 자리에 오른 흑인 장군 오텔로. 그는 귀족인 데스데모나와 결혼하지만 결국 계략에 빠져 파멸하고 만다.
미국 댈러스 오페라 음악감독을 지낸 지휘자 그래엄 젠킨스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를, 영국 출신 스티븐 로리스가 연출을 맡았다. 오텔로 역은 테너 클리프턴 포비스와 박지응, 데스데모나는 소프라노 세레나 파르노키아와 김은주가 맡는다. 포비스는 오텔로 역만 80회 이상 출연한 베테랑이다. 11월 6∼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이탈리아어. 150분. 1만∼15만원.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셰익스피어와 사랑에 빠진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오텔로’ 무대 올려
입력 2014-09-16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