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우리성결교회(김연태 목사)는 십자가는 물론 그 흔한 간판도 없다. ‘교회가 있으면 세도 잘 나가지 않고 집값만 떨어진다’며 건물주가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미자립교회로 보증금 2500만원에 월 임차료 88만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지역 소외계층을 보살피는 데는 인색하지 않다.
우리성결교회는 서울신학대에서 신약을 가르쳤던 김연태(57) 목사가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마 10:8)는 말씀을 붙들고 2011년 9월 개척한 교회다. 숭실대 영문과를 졸업한 김 목사는 서울신학대에서 목회학 석사학위, 미국 드류대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성도는 주로 노숙자,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아동 등이다. 김 목사가 말씀을 붙들고 제일 먼저 다가선 이들은 교육의 혜택에서 소외된 가난한 아이들이었다. 김 목사는 “번영의 도시 서울 한복판, 신촌이라는 거대 소비문명의 한복판에 가난한 자가 있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무작정 뛰어들었다”면서 “놀랍게도 신촌에는 한부모 가정 자녀와 위기 가정 자녀들이 실제로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를 잃고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이들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 너도 할 수 있어’라며 저와 아내,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 중인 딸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1대 1 멘토링에 들어갔다”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우리에듀케어’라는 이름으로 지난 4년간 돌봐준 아이들만 200명이 넘는다. 지금은 20여명을 돌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에듀케어는 지역아동센터 개념인데 아동의 상황에 맞게 1주일에 2∼3차례 만나 용기를 북돋워주고 학업을 돕는다. 소외계층 자녀들을 돌보다 보니 이들의 부모도 눈에 들어왔다. 김 목사는 한부모 중에는 방에 고립돼 사회에 나오지 못하는 은둔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부모 아동을 돌보다 술에 빠져 있는 37세의 젊은 아빠를 발견했습니다. 정말 방에 틀어박혀 술만 먹던 그분의 아내는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집을 나갔고 하던 일도 실패해 사회에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었어요. 매주 찾아가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이런 분들은 정부도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한부모 가정이 서로 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한부모회’도 조직했다. 한부모가 어려움을 겪는 같은 처지의 한부모를 돕자는 취지다. 노숙자와 독거노인에게는 ‘우리가정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반찬을 주고 말동무를 해준다.
김 목사 부부는 주일 오전 11시 예배를 드리기 전에 기독NGO 글로벌비전에서 제공해 준 승합차를 타고 ‘찾아가는 1부 예배’를 드린다. 이렇게 매주 예배를 드리는 가정만 대여섯이다. 유학생들을 위한 수요기도회도 갖는데 벌써 150회가 넘었다. 월세 몇 달치가 밀리는 일도 다반사지만 김 목사는 ‘개척교회라고 매일 손만 벌릴 수 없다. 교회는 시작부터 선교적이어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놓치지 않는다.
“우리 교회의 내년 표어는 ‘가난한 자에게 한걸음 더’입니다. 큰일을 할 수 없다고, 큰 성과가 없다고, 생각만큼 교회가 급성장하지 않는다고 절대 낙담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사람에게 집중합니다. 앞으로도 큰 교회가 미처 돌보지 못한 사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찾지 못한 틈새를 묵묵히 찾아가겠습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국민일보·세복협 공동캠페인] 서울 우리성결교회
입력 2014-09-16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