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전시 총감독 카스테요테 “작품에 담긴 아이디어·콘셉트에 주목”

입력 2014-09-16 03:41
ⓒ마르띠 요렌스

“이제 우리는 액자틀 안에 있는 그림 혹은 높은 곳에 올려진 조각이 아니라 작품 속에 담겨진 아이디어와 콘셉트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진은 훌륭한 예술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2014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주 전시 ‘기억·기원·패러디’의 총감독을 맡은 스페인 출신 사진기획자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55·사진). 그를 지난 13일 비엔날레 전시 장소 중 하나인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만났다. 카스테요테 감독은 예술과 상업의 경계선에 있는 사진의 역할과 전시 기획자가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전시 주제를 ‘기억·기원·패러디’로 잡은 이유는 뭘까.

그는 “올해가 사진 발명 175주년이다. 사진술로 불렸던 사진의 기원부터 기억을 남기는 사진, 예술과 이미지로 승화된 사진을 현대 사진의 양상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며 “작가 개인의 인식을 기존 자료 사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18개국 30여명의 작가들은 콜라쥬와 비디오 아트, 쌀종이(라이스 페이퍼) 등을 활용해 독특한 사진 작업을 선보였다.

그는 해외 미술계 특히 사진 분야에서 유명인사다. 1985년부터 96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영리 예술가단체 ‘마드리드 예술서클(Circulo de Bellas Artes)’의 사진 감독을 맡았고, 87년엔 젊은 작가 지원을 위해 ‘미네르바 포토그래피 갤러리’도 설립했다. 2005∼2006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 기획도 담당했다. 그런 만큼 사진의 역할에 대한 철학은 명확했다.

카스테요테 감독은 “19세기까지만 해도 사회 문제에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답을 줬지만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선 종교도, 이데올로기도 답을 줄 수 없게 됐다”며 “그래서 사진작가들은 시대를 반영한 사진을 통해 관객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회화나 조각 전시와 달리 사진 전시에서 큐레이터가 감당해야 할 몫도 커졌다.

그는 “전시장에 선보일 작품을 선택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특히 사진의 경우 작가가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만큼 큐레이터는 사진작가의 질문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찾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진 작품을 보면 좋을지에 대해 물었다.

“유명한 작가의 이름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지 마세요. 이미지에는 각자의 감정이 투영되기 마련이고 그것을 스스로가 받아들이면 됩니다. 자유롭게 느끼면 되지요.”

대구=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