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에 고층 아파트에서 방화 때문인 화재가 발생해 자칫 대형인명피해 사고가 날 뻔했으나 주민들과 경비원의 신속한 대처로 큰 피해를 면했다.
그러나 아파트에 설치된 화재경보가 제대로 울리지 않았고 대피방송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주차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움을 겪는 등 고층건물 화재 발생 시 안전대책에 또다시 취약점이 드러났다.
13일 오후 11시 53분쯤 광주 서구 쌍촌동 모 아파트 단지 305동 12층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붉은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맞은편 304동 주민들은 “불이야. 305동 불이야. 대피해”라고 외쳤다. 잠을 자거나 TV를 보던 305동 주민 상당수는 맞은편 아파트 주민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자신의 집을 빠져나왔다. 주민 김모(29·여)씨는 “아파트 주민 대부분이 건너편 아파트 동 주민들이 소리를 질러줘 대피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 아파트 옥상문은 평상시 투신자살이나 각종 범죄 등을 예방하기 위해 닫혀져 있었다. 그러나 야간 당직 경비원이 불이 난 직후 화재경보기와 연동돼 있는 관리사무소의 경보음 소리를 듣고 신속히 옥상으로 올라가 비상 버튼을 눌러 출입문을 열었다. 12층 아래층 주민들은 가족들을 깨워 계단으로 이동했고, 13층 이상에 사는 주민들은 옥상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아파트 화재경보가 제대로 울리지 않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의 주민대피방송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조사결과 화재 발생 초기 잠시 잠깐 화재경보가 울리긴 했으나 곧바로 꺼졌고, 화재가 발생한 305동 주민 대부분은 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
주차차량과 좁은 아파트 내 소방도로에 소방차 진입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후한 이 아파트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불로 민모(48)씨와 민씨의 부인 김모(41)씨가 온몸에 중화상을 입었다. 민씨의 아들(12)과 딸(14), 이웃주민 8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인근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귀가했다.
경찰 조사결과 술을 마시고 귀가한 민씨가 부부싸움을 하던 중 부인이 안방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자 자신의 차량에 있던 휘발유를 가져와 거실에 뿌려 불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3도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진 민씨의 병세가 호전되는 대로 방화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광주=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주민들·경비원 신속 대처로 대형 참사 막았다… 광주 아파트 화재 12명 중경상
입력 2014-09-15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