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세탁기 파손 사건’…삼성, LG전자 사장 檢 수사의뢰

입력 2014-09-15 04:28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 기간에 발생한 LG전자 임직원들의 '세탁기 파손 사건'과 관련해 정상 제품과 파손 제품을 비교하는 동영상 및 사진을 14일 공개했다. 파손 제품(오른쪽)의 문은 밀어서 닫아도 아귀가 맞지 않아 틈이 벌어져 있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 제공

작은 해프닝으로 일단락이 되는 듯했던 LG전자의 '독일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사건'이 검찰 수사로 이어지게 됐다. 삼성전자는 매장 CCTV 화면을 증거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고의로 삼성전자 제품을 망가뜨릴 이유도, 그런 사실도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삼성전자가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조성진 사장 등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IFA) 기간 중 현지 가전 매장에서 자사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이유다.

삼성전자 측은 조 사장 등이 지난 3일(현지시간) 베를린 시내의 자툰 슈티글리츠 가전 매장에서 자사의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 도어 연결부를 고의로 파손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고 14일 밝혔다. 삼성 측 설명에 따르면 3일 오전 10시 30분쯤 슈티글리츠 매장에 조 사장을 비롯한 7∼8명의 동양인이 들어선 뒤 삼성전자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 주변에 모였다. 이어 조 사장이 직접 세탁기 문을 연 뒤 체중을 실어 문을 위에서 아래로 힘껏 눌러 망가뜨린 뒤 자리를 떴다.

2시간 뒤 베를린 시내 또 다른 가전 매장인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도 LG전자 세탁기 개발담당 임원과 직원 1명이 방문했다. 이 임원도 세탁기 문을 열고 조 사장이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했다. LG전자 해당 임직원들은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매장 직원의 신고로 출동한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 사건의 경우 LG전자가 제품 4대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두 변상하면서 현지에선 일단락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슈티글리츠 매장의 제품을 점검하던 중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 3대가 동일한 형태로 손괴돼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CCTV를 통해 제품을 파손시킨 사람이 국내 업체 사장인 것을 확인했지만 국가적 위신 등을 고려해 그때는 사안을 확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를 해명하던 LG전자가 삼성전자 제품의 품질에 대해 언급한 것이 확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LG전자는 당시 입장 자료를 통해 "연구원들이 매장을 방문해 경쟁사 제품의 사용 환경을 테스트해 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삼성전자 제품만 유독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제품을 파손시켜 원래부터 하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거짓해명으로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을 교묘히 비하해 당사 임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수사의뢰 배경을 설명했다.

LG전자는 적극 반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특정 회사의 제품을 파손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임직원들이 직접 나서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조 사장이 방문했던 매장에서 아무런 항의나 변상 요구가 없었는데 삼성전자가 갑자기 이러니까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주장에 재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 측에서 지난 5일 매장을 관할하는 베를린 45구 경찰서에 제품 손괴에 대해 고발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LG전자가 여전히 사과는커녕 거짓해명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