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8명 중 1명은 우울증… 10명 중 1명만 상담·치료

입력 2014-09-15 04:26

박모(31·여)씨는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접한 뒤 극심한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 모녀의 삶이 소녀가장이었던 박씨의 지난날과 닮은꼴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생활고에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들어갔던 박씨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박씨도 그동안 '살기 싫다'는 생각을 수없이 경험했다.

불면증, 무기력감에 직장생활이 힘들어지자 박씨는 최근 용기를 내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진단명은 '우울증', 상태는 '중증'이었다. 의사는 3개월 이상 우울증 약 복용과 상담 치료를 권했다. 박씨는 14일 "되돌아보면 대학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던 스무 살부터 늘 우울했다"며 "10여년을 우울증으로 불행하게 살았는데도 스스로를 방치했던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박씨 사례처럼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최근 1년 안에 우울증을 경험한 경우는 12.9%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 중 실제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경우는 10명 중 1명(9.7%)뿐이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김윤아 연구원은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여성, 70세 이상 고령자, 농촌 거주자, 가구 소득이 낮은 경우 우울증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이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한국 성인의 우울증상 경험' 보고서는 주간 '건강과 질병' 최신호에 실렸다. 보고서는 우울증을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슬픔이나 절망을 느낀 경우'로 정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우울증 경험률은 높아졌다. 소득 하위 25%인 저소득층 가운데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은 15.3%나 됐다. 고소득층(상위 25%)은 10.9%, 소득이 '중상'인 계층은 11.3%, '중하'인 경우엔 13.1%였다. 농촌 거주자(16.5%)가 도시 거주자(12.3%)보다 우울증 경험률이 높았다.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은 여성(16.5%)이 남성(9.1%)의 1.8배였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17.9%), 60대(15.1%), 50대(15.0%), 40대(12.9%) 순으로 나이가 들수록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김 연구원은 "2011년 기준 우울증과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10조3826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우울증은 치료와 상담 등을 통해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한 질환인 만큼 우울증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개선과 사회적 지지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