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에 당선된 여권의 대권 잠룡들이 최근 서울 사무소를 여의도 인근으로 이전·보강하면서 중앙정치와의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나섰다. 겉으로는 지방정부의 정책 추진에 필요한 예산 확보 등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지만 정치권에선 해석을 달리한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잊힐 것을 우려해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는 관측에 무게를 둔다.
3선 의원 출신에 당 최고위원을 지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서울 가양동에 있던 서울 사무소를 여의도로 옮겼고 사무소장을 4급에서 3급 본부장급으로 승격시켰다. 직원도 4명에서 11명으로 대폭 늘렸다. 14명까지 늘리려고 했으나 제주도의회 측 반대로 축소됐다.
원 지사가 정무부지사에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을 임명한 것 역시 여의도 정치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다. 원 지사의 측근은 14일 “제주도는 거리상으로 중앙정부와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발 빠른 교섭력을 확보하자는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 대표 출신의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이미 지사직을 유지한 채 차기 대권 레이스에 도전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여의도 채널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용산에 있는 서울 사무소와 별도로 국회 인근에 상주하는 ‘여의도팀’을 신설할 예정이다. 부지사급의 정무특보도 전직 국회의원 중에서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는 도지사에 당선된 뒤 야권 지지 세력을 껴안는 데도 적극적이다. 지난 2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가 “정치적 입장이야 반대 입장에 있어서 달랐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 왔던 홍 지사가 처음으로 봉하마을을 방문해 공개적으로 우호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5선 의원 출신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기존의 서울 사무소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준비 중이다. 서울 사무소를 본부로 승격하고 중앙정부를 상대로 업무를 하는 세종시팀까지 관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선 직후 밝혔던 야당과의 연정에도 공을 들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정몽준 전 의원은 경제·외교 분야에서 활동을 재개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정 전 의원은 16∼19일 중국의 대표적 IT 기업들인 바이두, 레노버, 알리바바 본사를 방문해 최고 경영진과 중국 및 세계 IT 산업 전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그는 앞서 지난달 미국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를 탐방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여의도와 가까이… 원희룡·홍준표 등 서울사무소 이전·보강 소통채널 강화
입력 2014-09-15 0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