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조각의 대가 심문섭의 붓질 솜씨는…

입력 2014-09-15 03:28
심문섭의 회화 작품 'The presentation to the island(섬에게 바침)'.
심문섭 작가
‘한국 현대조각의 대가’로 평가받는 심문섭(71·사진) 작가가 난생 처음 회화 작품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 ‘The Presentation to the Island(섬에 바침)’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에 나무를 다듬어 만든 조각 작품 7점과 함께 바다 풍경을 그린 회화 작품 11점을 내놓았다.

서울대를 나온 그는 1971∼75년 프랑스 파리 청년비엔날레와 95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등 각종 국제행사에 참여해 주목받은 한국 조각계의 원로 작가다. 2002년 한불 문화상, 2007년 프랑스 예술문화 훈장을 받기도 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철거된 건물의 목재를 모아 제작한 ‘목신’이 그의 대표작이다. 그런 그가 붓질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13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원래 어릴 적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 회화든 조각이든 표현방식이 다를 뿐 미술이라는 관점에서는 같은 것”이라며 “7년 전부터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드로잉 작업을 꾸준히 했는데,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겨 회화 작품을 전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그림은 고향인 경남 통영 앞바다를 때론 역동적으로, 때론 고요하게 단색 추상화로 옮긴 것이다.

그는 “존재와 시간, 변화와 균형, 생성과 소멸 등 평소 추구해온 요소가 바다에 다 있다”며 “파도에 휘둘리면서 붓질은 물살 치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맡겼다”고 설명했다. 자연 풍경을 자연스럽게 그려낸 회화는 나무와 흙, 돌 등 소재에 작가가 최소한 개입하고 자연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록 한 조각 작업과 일맥상통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건물이 헐리면서 길바닥에 나온 목재들을 주워 모아 제작한 조각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를 둘러본 단색화의 대가 정상화 화백은 “화가의 작품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조각의 공간개념이 평면에 스며들었다”고 말했다. 또 박서보 화백은 “조각의 대가가 그림까지 그리면 우리는 어쩌라고 그러느냐”며 웃었다(02-2287-3515).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