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미래가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요.”
정미아(31·여)씨는 남수단공화국의 수도 주바(Juba) 파견을 앞두고 있다. 악몽과도 같은 내전으로 지난해 12월 이후에만 1만여명이 숨진 곳이다.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본부에서 긴급구호 전문가로 일하는 그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계속해온 2년간의 구호활동을 마치고 차기 활동지로 내전지역인 남수단을 택했다.
생명이 위협받는 ‘일촉즉발’의 현장. 정씨가 주저 없이 분쟁지역으로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은 현지의 아이들이다. 그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있을 때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꿋꿋한 아이들에게서 받은 감동을 또렷이 기억한다. 2007년부터 캄보디아 레바논 네팔에서 유네스코와 굿네이버스 등 국제기구에서 일했던 그가 2012년 유니세프에 합류한 직후였다.
당시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의 고마(Goma)에 파견된 지 2개월 만에 도시는 반군에 점령됐다. 그는 “조금이라도 늦게까지 야근하면 거리에서 총성이 울려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총알이 뚫고 들어올까 봐 노트북으로 창문을 막아두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두려움 속에 구호활동을 이어가던 그에게 아이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비친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정씨는 “콩고의 한 난민 천막에 들렀을 때 아이들이 좁은 천막에서 책을 펴놓고 서로 도우며 수학 숙제를 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군이 도시를 함락해 수만 명의 목숨이 갈림길에 서는 상황에서도 ‘이 일을 하다 죽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수단 유엔기지 인근 난민촌에는 10만명이 넘는 이주민이 살고 있다. 정씨는 “내전이 9개월 넘게 지속돼 인구의 30%가 난민으로 추정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는 콩고 때의 경험을 살려 남수단 아이들을 가르칠 생각이다. 정씨는 “흔히 교육 사업은 긴급구호와는 거리가 먼 장기적 사업이라 생각하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두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보호 방법”이라며 “주력 구호활동 지역인 만큼 큰 책임감을 느끼고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정미아 유엔 긴급구호 전문가 “포화 현장에 왜 가냐고요? 아이들에게 희망 주고 싶어서…”
입력 2014-09-15 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