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이재성 회장 경질… 권오갑 긴급투입

입력 2014-09-15 05:01

권오갑(63)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이동하고, 이재성(62) 대표이사 회장이 상담역으로 물러나는 등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가 단행됐다. 현대중공업은 14일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15일자로 임명하고 현대오일뱅크의 새 대표로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부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1978년 입사해 2007∼2010년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장(부사장)을 지냈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맡고 있는 등 축구계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권 사장을 긴급 투입함에 따라 그가 담당할 그룹기획실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이 맡았던 기획실을 확대 개편한 조직으로 향후 회사 운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19년 무파업 기록을 갖고 있는 노조가 최근 파업 절차를 밟고 있는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현대중공업은 "경영을 쇄신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의지를 반영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최길선 전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으로 재영입했다. 당분간 그와 권 사장 등 2005∼2010년 호황기의 경영진이 회사를 이끌게 됐다.

이 회장에 대한 인사는 문책성으로 해석된다. 75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 회장은 현대선물 사장,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장·대표이사 사장 등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배경으로는 합리적인 업무능력과 함께 정 의원과의 친분이 거론되곤 했다. 이 회장은 정 의원과 중앙중·고,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이며 회사에도 같은 해 입사했다. 나이는 정 의원이 한 살 더 많지만 두 사람은 50년 가까이 허물없이 지내온 사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영실적은 50년 친구에 대한 신뢰도 무너뜨렸다.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회사 창립 이래 최악인 1조103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회장 자리에 오른 이 회장은 승진한 지 1년도 안돼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김외현 조선·해양·플랜트 사업 총괄사장과 함께 꾸려온 2인 대표이사 체제도 김 총괄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