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편적 증세 위한 세제개혁 지금이 적기다

입력 2014-09-15 03:50
정부가 지방세 인상을 통해 사실상 증세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12일 담뱃값과 주민세 인상이 증세가 아니냐는 질문에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해 증세는 없다는 정부 입장을 처음 공식적으로 뒤집었다. 물론 증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지방세 인상도 그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기본적으로 옳다. 그런데도 정부의 지방세 인상 방침이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서민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늘어나는 지방세수는 내년 5000억원 정도에 그친다. 반면 기초연금 지급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부담분만 내년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원칙 없는 미세조율로는 늘어나는 최소한의 복지수요는커녕 세수부족조차 메울 수 없다. 정부는 종합적인 증세 필요성을 인정하고, 바람직한 복지수준과 조세부담률 및 세제개편 방향을 놓고 국민적 합의를 찾아가야 한다.

우리나라 세제는 소득 불평등 개선에 대한 기여도가 매우 낮다. 세전 빈곤율 저하효과에서 201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또한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팀이 국세청 납세 자료를 기반으로 파악한 고소득층의 소득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은 세계 최상위권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2년 말 현재 한국의 소득 상위 1% 인구는 전체소득의 12.23%를, 상위 10%는 44.87%를 차지했다. 파리경제대학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9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부의 집중도가 각각 3위와 2위에 해당한다. 납세자료가 반영되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국제 비교에서 알려진 것과 사뭇 다른 현실이다.

따라서 기재부 말마따나 “조세정의와 형평을 구현하는” 증세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세 재산세 법인세 등도 당연히 인상 및 조정대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말이다. 조세제도 개편의 기본방향은 형평성과 효율성이다. 우선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대폭 낮춰 국민개세(皆稅)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근로소득자의 40%이상이 세금을 내지 않는 현실은 민주주의의 작동을 방해한다. 큰 방향을 보편적 증세로 잡되 부담 능력이 큰 경제주체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 조세감면 제도를 통폐합·합리화해 세제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증세란 결국 비난을 받게 돼 있는 것이고, 더욱이 보편적 증세는 거의 모든 계층으로부터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다음 선거까지 상당 기간이 남아 있는 지금이 종합적 세제개혁의 적기다. 세수부족만 메우면 된다는 좁은 생각으로는 안 된다. 우리 세제에 긴 세월 뿌리내린 기본적인 모순을 바로잡고, 변화된 국정 우선순위와 미래 한국의 비전을 담은 종합적인 큰 틀을 잡아 투명하고도 공평한 세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표심이나 일시적 여론에 기대려는 유혹을 뿌리치고, 정권의 명운을 걸 각오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