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은 긴밀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확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오는 24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은 한·미동맹을 단순히 재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성과를 거두는 계기를 마련해야 의미가 있다 하겠다.
김 실장은 방미기간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연쇄 회동을 갖는다. 청와대는 북한 및 북핵문제, 한·미동맹 현안, 동북아 정세, 중동 등 국제 현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도 14일 출국 직전 “특정 주제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나 한반도와 북핵 문제, 동북아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폭넓은 협의가 이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의제를 대하는 양국의 무게중심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가 시급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1순위는 중동문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그 다음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의 관심은 온통 중동과 우크라이나에 쏠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게다가 동북아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은 중국의 패권주의를 의식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지지하는 등 한국보다 일본을 중시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제 정세는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한·미 관계가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나 현 상황에 만족해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김 실장 방미기간 미국 주도의 IS 공격에 한국의 동참 내지 지원을 요청할 것이 확실시된다. 믿었던 독일과 영국 등 유럽 동맹국의 거부로 체면을 구긴 오바마 행정부로선 한 나라라도 더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참여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THAAD·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도 우리에겐 진퇴양난이다.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나 중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도발로 간주하고 있어 미측 요청을 수용하는 순간 한·중 관계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다음 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연례 안보협의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 협상을 정부 의도대로 이끌어가려면 IS 및 사드 등 문제에서 양보와 타협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전작권 전환 문제에 얽매여 국익이 걸려 있는 다른 문제에서 말로 주고 되로 받는 ‘허당외교’는 안 된다.
[사설] 對美 외교 아전인수식 해석 말고 실리 추구를
입력 2014-09-15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