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 위한 대안학교 설립 등 교회가 앞장서 통일교육 준비를”

입력 2014-09-15 03:23

“독일 현대사에서 통일은 가장 행복한 사건이었습니다. 한국도 이런 역사적 사건을 하루속히 체험할 수 있기 바랍니다.”

독일 작센안할트주 의회 위르겐 샤프(62·기민당·사진) 의원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통일학교 만들기’ 세미나에서 ‘독일의 동서독 교육시스템 통합 경험’에 대해 강의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와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한국지부가 함께 개최한 것으로 독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에 대비하고 남북한 교육 통합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샤프 의원은 동독에서 태어난 독실한 개신교 크리스천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90년부터 작센안할트주 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며 구 동독 지역에 공립 기독교고등학교를 설립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체제교육의 선봉에 있던 동독 교육기관을 서독의 학교제도에 맞춰 바꾸는 일은 매우 힘든 과제였다고 소개했다.

독일은 통일 직후 모든 동독 공립학교에 국가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던 ‘국민과목’을 폐지하고 사회, 윤리, 개신교·가톨릭 교리 과목을 새로 개설하라고 주문했다. 동독의 정보기관 ‘슈타지’에 속한 교사들을 해고했고 재임용된 동독 교사들을 대상으로 해당 과목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했다.

기존 동독 교사 가운데 90%가 연방주 산하의 교사로 재임용되는 등 학교 구성원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마르크스-레닌주의 사상에 익숙한 교사와 학생들이 새로운 과목과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현실과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은 동독지역 학교에 ‘재건지원자’란 이름의 서독 교사를 파견했고 공영 언론사를 통해 잘못 알려지거나 의미가 축소된 역사를 알리는 일에 주력했다.

재건지원자들은 적지 않은 기여를 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서독과 동독 교사들은 임금과 승진 기회 등에서 현격히 차이가 있었다. 그는 “재건지원자가 더 좋은 대우를 받아 동독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일이 일이 종종 발생했다”며 “한반도에도 통일시대가 열리면 남한 재건지원자들이 북한주민의 삶과 생각을 진심으로 헤아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교육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대안학교 설립도 통일 이후 교육정상화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주로 서독의 교회나 재단이 동독 지역 학부모와 함께 대안학교 설립을 주도했다. 샤프 의원은 설립자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전문지식을 제공했기 때문에 대안학교가 성공적으로 설립됐을 뿐 아니라 동독의 교육이 활성화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여명학교 교사들은 지난 7월 독일 통일교육 현장연수를 다녀온 결과를 보고했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은 통일학교 설립을 위해 ‘통일 전 북한과의 교류 확대’ ‘북한이탈주민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전문가로 양성할 것’ ‘독일처럼 교육을 공공재로 여기는 교육정책을 펼 것’ ‘북한에 가는 남한 교사는 불이익을 감수할 것’ 등을 제안했다.

조 교감은 “서독 교사들이 경제·사회적 손해를 감수하고 동독에 정착했을 때 학교가 성공적으로 운영됐듯 남한 교사도 이러한 ‘자발적 불편’에 참여해야 교육통일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