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잇단 좌초… "당직 유지 의미없다" 판단

입력 2014-09-15 05:44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탈당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14일 알려지면서 야권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 무산 파동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박 위원장이 실제로 탈당을 결행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제1야당의 당 대표가 탈당까지 고민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백의종군이냐 탈당이냐=박 위원장은 14일 공식 일정 없이 두문불출하며 자신의 거취문제를 고심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공동비대위원장 영입이 실패로 돌아간 뒤 당내에서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4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뒤 당 혁신과 투쟁정당 이미지 탈피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두 번에 걸친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 실패,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실패 등 세 차례에 걸친 정치적 승부수가 좌초되자 더 이상 당직을 유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정치에 회의를 느끼고 탈당이라는 극단적인 검토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야권 명망가들이 줄줄이 고사하는 상황에서 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이 교수의 영입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동료 의원들이 원내대표까지 사퇴하라고 들고 일어선 상황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원내대표직 사퇴는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당내 여론은 악화됐다. 이날도 더 좋은 미래, 혁신모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3선 의원 모임 등은 그룹별로 원내대표 사퇴 문제를 논의했다. 원내대표 사퇴 투표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까지 검토됐다. 물론 탈당할 경우 박 위원장은 물론 새정치연합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박 위원장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당이 아니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의종군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은 내부로 유턴…난감한 문재인='이상돈 영입 실패'로 차기 비대위원장은 당내 인사가 '관리형 비대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극에 달한 만큼 비중 있는 외부인사가 비대위에 참여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이번 사태는 박 위원장과 문재인 상임고문 사이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 명예교수 영입 작업에서 박 위원장과 문 고문이 어떤 교감을 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있으나 박 위원장이 탈당까지 검토하면서 문 고문도 난감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문 고문은 외부인사 영입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진실공방에 휩싸여 있다. 문 고문은 박 위원장의 탈당 검토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안경환 이상돈 두 교수님께 참 미안하게 됐다"며 "처음부터 같이 모셨으면, 또 당내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좀 매끄러웠으면 당 혁신과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됐을 텐데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반대쪽이었던 사람도 합리적 보수라면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합리적 보수' 끌어안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엄기영 임지훈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