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해 다들 왕래조차 기피하고 있는 서아프리카에 165명의 의료진을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와 영국 BBC 방송 등은 “쿠바의 국제사회에 대한 공헌이 또 한번 빛났다”고 평가했다.
로베르토 모랄레스 오헤다 쿠바 보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를 돕기 위해 62명의 의사와 103명의 간호사를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다음달 시에라리온으로 들어가 6개월간 활동할 계획이다. 쿠바의 발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계속 번지고 있다고 WHO가 밝힌 뒤 나왔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에볼라 퇴치에 기꺼이 나서준 쿠바의 관대함에 감사하다”며 “지금 우리한테 가장 절실한 건 사람, 특히 의료진인데 쿠바가 그 일을 해줬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챈 사무총장이 쿠바의 인력 지원에 대해 무려 90분 동안 기자회견을 하며 감사했지만, 전날 있었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5000만 달러(505억원) 에볼라 지원 기금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면서 그만큼 쿠바의 인력 지원이 긴요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쿠바의 국제사회에 대한 의료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BBC는 전했다. 쿠바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수백 명의 의료진을 파견했고, 2005년 파키스탄 대지진, 2004년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을 비롯해 알제리 멕시코 아르메니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국가에 의료진을 파견해 왔다. 아울러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35개국에 백내장 등 눈 수술을 지원하는 등 재해와 무관한 의료봉사 활동도 펼쳐왔다. 특히 후진국 학생들의 유학을 받아들여 뛰어난 의사로 양성한 뒤 본국에 돌려보내고 있다. 쿠바의 의료 봉사는 55년 이상의 전통이 있으며 지금까지 파견된 의료진 규모가 13만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가 ‘의료 선진국’이 된 것은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이 사회주의 복지정책 차원에서 의료와 무상교육을 가장 중요시해 왔기 때문이다. 쿠바의 의사는 8만2000명으로 인구 137명당 1명꼴이다.
의사 파견계획을 발표할 때 모랄레스 오헤다 쿠바 장관은 “우리는 남아서 넘치는 것을 (시혜하듯) 나눠주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가진 것을 언제든 남들과 공유하는 게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쿠바 헌법에는 가난한 나라를 도와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쿠바 헌법 “가난한 나라 도와야…” 에볼라 퇴치 의료진 165명 파견
입력 2014-09-15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