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빈민촌 아이들 “배우고 나누는 기쁨 알아요”

입력 2014-09-15 03:15
인도 뭄바이의 10대 공동체인 ‘칠드런스 클럽’ 멤버들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뭄바이 빈민촌인 암베드카르 나가르에서 월드비전 관계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거리 곳곳엔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집 밖에 풀어놓고 키우는 가축의 배설물을 밟지 않으려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심해야 했다. 차에서 내려 그들이 있는 곳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하지만 덥고 습한 날씨에 악취가 진동하는 길을 걸으려니 10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 중 한 곳인 암베드카르 나가르를 찾았다. 뭄바이 동부 지역 10대들의 공동체인 ‘칠드런스 클럽(Children’s Club)’ 멤버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33㎡(약 10평) 크기의 좁은 방엔 아이들 2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칠드런스 클럽의 ‘리더’로 불리는 아이들이었다. 뭄바이 동부 지역 빈민가 일대에서 운영 중인 칠드런스 클럽은 총 36개. ‘리더’들은 이들 클럽에서 각각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칠드런스 클럽은 국제구호개발 NGO인 월드비전이 2002년 설립한 단체다. 월드비전이 만들었지만 클럽 운영은 아이들이 주도한다. 구성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 친목을 쌓고 영어와 음악 등을 배우며 마을 청소를 한다. 회원 수는 총 1만4000여명이며 대부분 10대들이다.

월드비전 뭄바이 동부 지역 사업장에 근무하는 브이샬리 비스와스(36·여) 지역개발팀장은 “빈민촌 아이들 중엔 어릴 때부터 구걸에 나서거나 일찍부터 담배나 술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칠드런스 클럽은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건전한 문화 공동체”라고 소개했다.

모처럼 한국인을 만난 아이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에도 칠드런스 클럽 같은 단체가 있나요?” “한국 기업에 취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들은 클럽에 대한 강한 자긍심도 드러냈다. 클럽 활동을 하며 “배움과 나눔의 재미를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2006년 클럽에 가입했다는 사가 포패트(19)군은 “칠드런스 클럽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며 “10대의 권리는 무엇인지, 함께 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다. 뭄바이엔 마천루와 고급 외제차가 즐비하지만 대규모 슬럼가도 많다. 뭄바이 시민 중 절반 정도는 거리에 오물이 넘쳐나는 슬럼가에 산다. 이날 만난 아이들 역시 고가도로 아래나 도시 외곽에 위치한 슬럼가에 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칠드런스 클럽이 문화 공동체인 동시에 배움의 공동체라고 소개했다. 월드비전에서 강사를 초빙해 주기도 하고 회원들이 서로를 가르치는 ‘자급자족 과외 활동’도 한다. 가령 영어를 잘하는 학생은 영어교사가 돼 회원들을 가르친다. 악기 연주나 댄스를 서로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이날 만난 미라 자다워(16)양은 클럽 활동을 통해 배운 영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예전엔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칠드런스 클럽을 통해 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친구들과 영어공부를 하며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뭄바이(인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