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심한 前 청도경찰서장과 한전 대구지사장

입력 2014-09-15 03:10
경북 청도경찰서장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한국전력 대구경북지사장(직위 해제) 등 직원 5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로부터 “직원의 개인 통장에서 돈을 뽑아 위로금으로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경찰서장을 통해 제공한 돈 봉투가 업무 추진비 등 한전의 공식 계좌에서 조성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1600만원이나 되는 거액을 직원이 사비를 털어 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소가 웃을 일이다. 특히 이들이 밝힌 통장 인출 금액이나 시점 등이 서로 맞지 않는 등 진술에 모순점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 서로 입을 맞췄을 가능성도 높다.

한전이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함에 따라 경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정확한 돈의 출처를 가려야 한다. 한전 대구경북지사가 송전탑 주민 로비용으로 별도 자금을 만들어뒀을 가능성도 높다. 또 한전이 지역본부를 넘어 본사 차원에서 송전탑 반대 여론을 무마하려는 목적으로 로비 자금을 조성했을 수도 있다. 경찰이 이번 돈 봉투 살포 사건을 한전의 비자금 수사로 확대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전 수사와 함께 직위 해제된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혹시라도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다면 엄청난 반발을 초래할 것이다. 이 전 서장은 추석 다음 날인 9일 청도 할머니 6명에게 100만∼5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넨 장본인이 아닌가. 더구나 파문이 일자 주민 위로금 명목으로 한전 대구경북지사장에게 돈을 요구해 본인 이름으로 돈 봉투를 돌렸다고 해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주민들을 회유하려고 기업의 ‘돈 심부름꾼’을 자처한 꼴이다. 먼저 기업에 돈을 요구한 경찰이나 주민 매수를 위해 돈을 준비한 한전이나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경찰이 한전에 어떤 방식으로 돈을 요구했는지, 한전은 어떤 용도로 돈을 마련했는지, 경찰과 한전의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이 속속들이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