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 그대-① 여자배구 김연경] ‘세계 넘버1 공격수’ 20년만에 금메달 안긴다

입력 2014-09-15 03:43

여자배구는 한국스포츠사에서 각별한 종목이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스포츠사상 처음 구기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수비와 속공을 앞세워 세계 배구사에서도 한 획을 그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배구는 1994년 히로시마대회 이후 20년 만의 정상에 도전한다. 바로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26·터키 페네르바체)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지난 3월 끝난 2013∼2014시즌 유럽배구연맹(CEV)컵 대회에서 페네르바체를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터키리그에서는 팀이 준우승에 그쳤지만 득점·공격 부문 2관왕을 차지하며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공격수’란 평가 속에 김연경은 지난달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 그랑프리 여자배구대회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예선 9경기에 출전, 242점(경기당 평균 26.89점)으로 득점부문 1위에 올랐고, 리시브 정확도 53.70%로 이 부문 3위에 랭크됐다. 공격수로는 보기 드물게 리시브에서도 웬만한 수비수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끈질긴 수비를 자랑하는 일본과 파워에서 최강인 유럽무대를 섭렵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월드 그랑프리 예선 참가차 한국을 방문한 독일 대표팀의 지오반 주데티 감독은 “김연경은 축구 선수와 비교하자면 리오넬 메시보다 위에 있다”라고 말할 정도다.

김연경의 소속팀 페네르바체의 라이벌 팀 터키 바키방크의 사령탑이기도 한 그는 “김연경은 터키리그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선수”라며 “김연경처럼 뛰어난 선수를 최근 30년 동안 본 적이 없다”고 극찬했다.

세계적인 공격수임에도 김연경은 국가대표선수로는 정상에 서지 못한 한이 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팀의 주 공격수로 활약하며 4강까지 올랐지만 3, 4위전에서 일본에 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또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 중국과의 결승에서는 세트 스코어 2-2에서 5세트 14-12로 앞서가다 내리 4점을 내줘 역전패한 아픈 과거가 있다.

김연경은 “당시 결승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다”는 말로 분을 달랬다.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의욕을 불살랐다.

중국, 일본, 태국과 우승을 다툴 예정인 한국은 2014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기간이 겹치면서 행운을 잡았다. 중국, 일본이 대표 1진을 세계선수권대회에 파견키로 함에 따라 금메달 획득이 한결 수월해졌다. 일본은 김연경과 함께 터키리그에서 뛰는 세계적인 공격수 키무라 사오리(27·바키방크)가 인천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1진이 출전하지 않는다 해도 배구 저변이 넓은 중국과 일본의 저력은 만만치 않다. 실제로 지난 12일 중국 선전에서 끝난 아시아배구연맹컵(AVC) 대회에서 1진을 파견한 한국은 중국 2진에 연거푸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김연경을 도울 보조공격수의 활약이 미진했던 것이 패인이었다.

월드 그랑프리대회와 AVC 대회에 잇달아 출전하며 대표팀 조련에 주력하고 이선구 대표팀 감독의 필승전략은 김연경의 공격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것이다. 기존의 레프트에서 서브리시브의 부담이 없는 라이트로 보직 변경해 김연경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