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재찬] 가을, 사랑의 언어

입력 2014-09-15 03:04
상담 전문가 게리 채프먼은 ‘5가지 사랑의 언어’(생명의말씀사)에서 몇 가지 전제를 제시하고 책을 써내려갔다. ‘사랑을 지속하려면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고유한 사랑의 언어가 있다’ ‘사랑의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이 지닌 사랑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부부 관계에 있어서 배우자가 가장 선호하는, 이른바 ‘제1의 사랑의 언어’를 구사할 때 사랑의 감정이 제대로 전달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가 제시한 사랑의 언어는 ①인정하는 말 ②함께하는 시간 ③선물 ④봉사 ⑤스킨십 등이다. 이들 가운데 배우자가 가장 선호하는 언어 하나라도 제대로 간파한다면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깊은 사랑의 감정을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 언어를 발견하는 방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을 돕거나 베푸는 활동을 즐겨 한다면 ‘봉사’가 바로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일 수 있다. 반대로 자주 불평하는 것을 통해서도 사랑의 언어가 드러날 수 있다. 가령 배우자가 출장을 다녀왔을 때 “뭐 사온 것 없어?”라고 자주 묻는다면 ‘선물’이 바로 배우자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임을 암시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흥미로운 건 사랑의 언어가 부부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 직장 생활이나 인간관계 속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 간의 친밀한 관계를 누리는 효과도 볼 수가 있다.

추석 명절이 막 지난 이때야말로 사랑의 언어를 확인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장거리 운전에, 추석상 차림에 고생한 배우자의 지친 몸을 주물러주고 토닥이면서 놓쳤던 사랑의 언어를 건져 올릴 수 있다. 여성의 손목터널증후군(일명 손저림병)이 남성의 4배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조사 결과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남편이 집안일을 도우면서 ‘내 아내가 원하는 사랑의 언어가 혹시 봉사는 아닌지’ 체크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가을 길목에 접어들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산 둘레길을 걸으며 ‘함께하는 시간’도 가져볼 만하다. 페이스북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조용히 퍼지고 있는 감사릴레이 캠페인에도 동참해보자. 서로 칭찬하고 고마워하는 표현 가운데 상대방을 향한 ‘인정해주는 말’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에는 저마다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 품고 있는 ‘사랑의 언어’를 한 가지씩 찾아보면 어떨까.

박재찬 차장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