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공동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꺼낸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12일 오전까지만 해도 진보와 중도보수 연합으로 혁신과 확장을 꾀하겠다고 밝혔던 박 원내대표는 오후 당 주요 계파 수장들과 장시간 논의 끝에 야심 차게 들고 나왔던 ‘투 톱 카드’를 백지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이 공동체제가 발표 당일 뒤집힘에 따라 당내 내홍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원내대표도 물러나라”는 공개 요구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카드는 큰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데다 당 지지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당 쇄신을 외부 인사들에게 맡겨 보겠다는 충정에서 나왔다. 기존 정치인으로는 더 이상 당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기 어렵다는 자기 고백 아니겠는가.
문제는 인사의 내용이었다. 안 교수는 참여연대 운영위원장과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뒤 2년 전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후보 캠프의 새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치혁신을 주도했었다. 정치적으로 새정치연합 성향인 데다 중량감을 갖추고 있어 야당의 간판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 교수는 새정치연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인물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해 정치쇄신을 주도했었다.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임에도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박 대통령과 현 정부를 사사건건 비판하는 입장을 취했다. 새정치연합이 뼈를 깎는 자세로 당의 쇄신을 시작하는 마당에 뭣하러 상대 정당의 루저(패배자)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내부 비판이 거셌다.
더 큰 문제는 박 원내대표가 공동위원장 카드를 마련한 배경에 당내 계파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초 안 교수 단독 위원장을 검토했다가 중도파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워 뒤늦게 이 교수 영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두 톱 체제 카드가 무산되고 당내 구성원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는 이런 분위기에서 어떤 혁신을 하겠다는 건지 걱정이 앞선다.
[사설] ‘이상돈·안경환 카드’ 무산… 끝 안 보이는 野 내홍
입력 2014-09-13 0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