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임영록에 직무정지 초강수… KB사태 갈수록 태산

입력 2014-09-13 05:51
12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받은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징계는 해임권고 바로 아래 단계인 초강경 처분에 해당한다.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사례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2010년), 황영기 KB금융 회장(2009년) 등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에 불과하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건의안보다 제재 수위를 더 높이면서까지 이처럼 이례적인 중징계를 결정한 것은 자진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임 회장을 꺾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무너질 만큼 무너진 임 회장의 리더십으로는 KB금융의 정상화가 불가능한 만큼 빨리 물러나라는 압박인 것이다.

◇“임 회장으로는 KB 건전경영 심히 위태롭다”=금융위는 이날 오전 회의 개최에 앞서 임 회장에게 자진 사퇴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이 자진 사퇴할 경우 금융 당국으로서도 무리하게 중징계를 감행하는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임 회장은 강경 입장을 고수했고 이는 금융위원 내부에 불만 기류를 높인 격이 됐다. 한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 상황에서 임 회장이 갈등을 해결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위원장의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임 회장은 금감원이 건의한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감경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금융위는 오히려 제재 수위를 높였다. 임 회장이 그간 보여온 태도로 볼 때 문책 경고로는 물러나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징계를 의결한 직후 ‘당일 오후 6시부터 직무정지를 발효한다’는 통보서를 KB금융지주에 바로 보낸 것도 이례적이다. 직무정지 효력이 시작되면 임 회장은 즉각 경영 업무에서 배제됨과 동시에 법적 대응 시에도 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당초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반대하는 의견을 냈던 금융위가 이번에 징계 수위를 더 높이는 결정을 내리는 등 판단이 오락가락하면서 금융 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금융위 의결 직후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KB의 CEO 리스크를 방치하면 KB금융뿐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과 고객 재산 보호에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임 회장 중징계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여전히 갈길 먼 ‘KB사태 수습’=문제는 KB사태가 이번 중징계 결정에도 불구하고 쉽게 수습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임 회장이 금융위 결정에 불복하며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상태다. 직무정지 무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이어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법적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의신청은 최소한 두 달 정도 소요되고 소송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2년 걸린다. 끝까지 버틸 경우 2016년 7월로 예정된 임기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신 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에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요청키로 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임 회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의결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주주총회를 열어 3분의 1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과정이 아니다. 금융위는 금감원장에게 임 회장의 관련 위법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