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원장 자진사퇴할 듯

입력 2014-09-13 05:52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제재 수위를 번복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결정타를 날린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결국 KB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원장도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KB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결국 자진 사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형식은 자진 사퇴지만 사실상 경질되는 셈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금감원 상급기관장으로서 책임론이 제기된다. 금융 당국은 지난 5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검사 요청이 접수된 이후 5개월 가까이 사실상 KB사태를 방조해 위기를 키웠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금융 당국 간 엇갈린 목소리는 사태 초기부터 나왔다. 금감원의 수뇌부들은 ‘무관용 원칙 적용’을 강조하며 중징계 불가피론을 폈지만 상급기관인 금융위 내부에서는 ‘금감원이 무리수를 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 금융권을 혼란에 빠뜨렸다. 최 원장이 개각을 앞두고 임 회장 등 징계건을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의혹마저 일었다. 이 와중에 감사원이 임 회장에 대한 금융 당국의 징계에 제동을 걸면서 상황이 더 꼬였다. 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로비설 등 온갖 억측이 나도는 가운데 제재심의위원회는 두 달간 징계 수위를 결정하지 못해 혼란을 키웠다.

제재심은 표결로 두 사람에 대한 경징계를 결정했지만 내분사태가 해소되기는커녕 더 격화됐다. 최 원장은 2주간 최종결정을 늦추다 제재심 결과를 뒤집었다. 금융위는 한 발 더 나아가 최 원장이 건의한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금융 당국이 같은 사안을 놓고 3개의 엇갈린 판단을 내려 권위와 신뢰가 추락했다. 게다가 금감원 제재심에 금융위 간부도 포함돼 있어 금융위가 스스로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결정을 번복했다는 지적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