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농심] ‘부동의 1위’ 라면맛 내는 비법? 책속에서 찾습니다

입력 2014-09-15 03:22
서울 농심 본사에 있는 ‘농심식문화전문도서관’의 북 카페에서 지난 2일 이탈리아 식문화 강의를 들은 뒤 한자리에 모인 ‘글로벌 식문화 스쿨’ 참가자들. 각국의 문화를 연구하는 글로벌 식문화 스쿨은 독서대학과 함께 글로벌 식품기업 비전 달성을 위해 농심이 도입한 독서경영의 양축을 이루고 있다. 서영희 기자

“마치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어요.”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본고장 카르보나라에는 생크림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이탈리아 남부지방에 가서 오늘 배운 요리들을 직접 맛보고 싶습니다. 하하.”

지난 2일 서울시 동작구 여의대방로 농심 본사 도연관 2층에 자리한 농심식문화전문도서관의 북 카페는 여느 때와 달리 떠들썩했다. 글로벌 식문화 스쿨 제4기 수강생들이 명지대 이영미 교수가 진행한 ‘이탈리아 식문화’ 강의를 들은 뒤 가진 뒤풀이 자리였다.

식문화연구팀 이정희 팀장은 “글로벌 식문화 스쿨은 농심 독서경영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4기는 매주 화요일 이탈리아 식문화와 관련된 책을 읽거나 전문가 초청 강의를 들은 다음 토론하고 직접 요리도 만들어보고 있다.

앞서 1∼3기는 유럽권, 동남아권, 중국의 식문화를 각각 탐구했다. 2009년부터 4년 동안은 국수류, 장류, 다과류 등 다양한 전래음식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동의보감 등 고문헌을 통해 공부했다.

이 팀장은 “2010년 출시한 농심 ‘후루룩 국수’의 별첨 프레이크를 오방색으로 구성한 것도 고문헌으로 우리 음식을 공부한 덕분”이라고 자랑했다. 글로벌 식문화 스쿨에서 진행한 모든 내용은 전 직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자체 홈페이지에 띄우고 있다.

영양연구팀 이선희(29)씨는 “업무에 큰 도움이 되는 글로벌 식문화 스쿨은 독서대학과 함께 영혼을 살찌우는 프로그램”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씨는 “독서대학 프로그램 덕분에 학교 다닐 때보다 요즘 책을 더 많이 읽는다”고 말했다.

영양연구팀 장진아(36) 과장은 “사이버 캠퍼스에 들어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면 며칠 뒤 책상 위에 그 책이 놓여 있다”면서 “읽고 싶은 책을 회사가 사준다”고 자랑했다.

독서대학은 농심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2015년 기업 비전을 선포한 2008년부터 실행하고 있는 독서경영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제도다. 당시 기업 정신, 핵심 가치, 기업 중장기 목표 등을 새롭게 정립한 농심은 ‘고객과 함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이라는 비전을 세웠다.

농심인재원 강호삼 원장은 “비전을 이루기 위해선 구성원들이 능력을 최대한 계발해 발휘하도록 이끌어야 했고,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독서라고 생각해 독서경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독서대학은 농심사이버캠퍼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회계 설비 마케팅 등 직무과정, 문제해결 변화관리 등 리더십 과정, 문학 역사 철학 등 문사철 과정, 동서양·고전 과정 등 3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과정별로 외부 전문가와 사내 해당 직무관리자가 추천한 2000여권의 도서 목록이 있다. 사원들은 그중에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으면 된다.

독서대학 업무를 맡고 있는 이윤경 대리는 “책마다 5∼20점의 점수가 매겨지며 한 해 120점을 이수해야 한다”면서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나름 깐깐하게 점검한다”고 말했다.

직무 리더십 과정은 주별로 퀴즈를 풀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한다. 문사철 과정은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이 대리는 “자율적이라서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승진에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대부분 참여한다”고 귀띔했다. 독서대학을 통해 직원들이 읽는 책은 한 해 최소 12권 이상 된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한 해에 100권 이상 읽기도 한다. 책을 많이 읽는 직원이 늘면서 책값만으로 농심은 한 해 1억원 가까이 지출하고 있다.

홍보팀 윤성학(44) 차장은 “독서대학은 마음의 곳간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것은 물론 실제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과 출신인 윤 차장은 실적발표 때마다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자료를 보느라 머리가 아팠는데 회계 관련 책을 읽은 다음부터 쉽게 처리하게 됐다고 했다.

농심은 2011년부터 도서장터도 운영하고 있다. 집집마다 수십 권씩 갖고 있는 책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각자 책을 갖고 와 다른 책과 바꿔 가고 기부도 한다. 직원들이 기부한 2700여권의 책으로 도연관 17층에 미니 도서관을 만들기도 했다.

스프개발팀 조은선(33) 대리는 “일을 하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도서관에 들러 읽고 싶은 책을 고르면서 머리를 식힌다”며 “10분여의 짧은 시간이지만 재충전이 돼 업무에 더욱 열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 읽기에 재미를 들인 직원들은 휴식도 책과 함께 하면서 마음의 키를 키워가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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