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혼자 가질 수 없는 것들

입력 2014-09-13 03:22

문정희(1947∼)

가장 아름다운 것은

손으로 잡을 수 없게 만드셨다

사방에 피어나는

저 나무들과 꽃들 사이

푸르게 솟아나는 웃음 같은 것

가장 소중한 것은

혼자 가질 수 없게 만드셨다

새로 건 달력 속에 숨쉬는 처녀들

당신의 호명을 기다리는 좋은 언어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은

저절로 솟게 만드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 속으로

그윽이 차오르는 별빛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