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항소심서도 실형

입력 2014-09-13 04:14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휠체어를 탄 채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원심보다 1년 감형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1600억원대 횡령·배임·조세 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현(54) CJ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1심 형량보다 징역 1년에 벌금 8억원이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의 건강이 악화된 점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오는 11월 21일까지 구속 집행을 정지 받은 상태이며, 선고 후 서울대병원으로 돌아갔다.

이 회장 측은 혐의 관련 피해액을 모두 변제했고, 신장 이식수술 후 사실상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점 등을 강조하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감형을 노렸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범삼성가 인사들은 지난달 이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자산이 많은 기업가들에 대해 피해액 변제를 결정적 양형 사유로 인정할 경우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 회장이 저지른 횡령, 배임 범죄는 시장경제의 근간인 회사 제도를 몰락시키는 것으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조세포탈·횡령·배임액수 총 1342억여원 중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 603억여원 및 일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비자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불법 조성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범죄액수는 조세포탈 251억원, 횡령 115억원, 배임 309억원으로 모두 675억여원이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2시15분쯤 앰뷸런스를 타고 법원에 들어섰다. 이 회장은 침대에 누운 채 차에서 내린 후 휠체어를 탔고 수액을 맞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환자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이 회장은 고개를 떨군 채 선고를 들었고 재판 내내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다. 이 회장은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자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법정에서 선고를 방청한 CJ 임직원들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수감생활을 감내하기 어려운 이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돼 아쉽다. 조만간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1일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된 후 다음 달 20일 신장 이식수술을 이유로 법원에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30일 구치소에 재수감됐으나 지난 6월 24일 법원에서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이 회장이 실제 구속돼 있었던 기간은 107일 정도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