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세련·편안… ‘놈코어’룩 알면 흙속 진주 보이죠

입력 2014-09-15 03:47
편안하면서도 간결하고 세련된 '놈코어룩' 유행으로 올가을 멋쟁이들의 필수 품목으로 꼽히는 큼직한 겉옷(오른쪽·비키). 무채색의 넉넉한 크기의 니트 스웨터에 무릎길이의 가죽스커트로 연출한 놈코어룩(루키버드).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하다. 38년 만의 이른 추석을 쇠고 나니 9월 중순에 벌써 가을 문턱을 넘어선 듯하다. 백화점과 의류전문점의 쇼윈도는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채 “올가을에는 멋 좀 내보라”고 유혹한다.

멋있는 가을 여성이 되고 싶다면 쇼핑에 나서야 할 때다. 이름 있는 브랜드들의 가을 ‘신상’들은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울 만큼 비싸다. 알뜰 살림꾼이라면 올봄이나 지난해 가을 상품을 판매하는 ‘이월 상품전’을 눈여겨보자.

현대백화점은 목동점에서 15∼18일 ‘디자이너 가을패션 대전’을 진행한다. ‘울티모’ ‘손정완’ ‘앤디앤뎁’ ‘신장경’ 등 10여개 디자이너 브랜드의 이월 및 기획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9층 행사장에서 17∼21일 ‘후라밍고’ ‘엠씨’ 등 인기 여성복 5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가을 인기상품전을 연다. ‘엠씨’ 트렌치코트는 7만9000원, ‘후라밍고 재킷’은 12만9000원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영등포점 A관 2층 행사장에서 18일까지 영캐주얼 인기상품전을 열고 있다. ‘CC콜렉트’ ‘쥬크’ ‘나이스클랍’ 등이 참여한다. 블라우스는 5만9000원, 트렌치코트는 10만9000원, 원피스는 7만9000∼9만9000원이다. 아이파크백화점은 18일까지 개점 8주년을 맞아 마련한 ‘바이어 상품전’을 통해 대대적인 이월 상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머스트비’ 트렌치 코트 2만5000원, ‘잇미샤’ 야상점퍼 9만9000원, ‘보브’ 재킷 6만5000원, ‘CC콜렉트’ 오리털점퍼 9만원 등이다.

AK플라자 전점에서 18일까지 가을패션 이월상품전을 열고 최대 70% 할인 판매하고 있다. 구로본점은 ‘크로커다일레이디스’ 티셔츠·바지·점퍼를 1만∼2만원대에, ‘샤트렌’ 티셔츠·점퍼를 3만9000∼6만9000원에 판매한다.

이월 상품전에서 옷을 고를 계획이라면 올가을 유행 스타일을 먼저 점검하고 가자.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이월 상품더미에서도 가을 신상품 못지않은 멋진 디자인을 고를 수 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올가을과 겨울 유행 경향의 키워드로 ‘놈코어’를 꼽고 있다.

LF 여성복 브랜드 ‘모그’ 디자인실 안수현 실장은 “놈코어는 표준을 뜻하는 노멀(normal)과 핵심을 뜻하는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평범하지만 세련됨을 추구하는 패션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개성 있고 튀기 위한 옷들이 너무 많아지자 패션계는 평범함을 추구하는 스타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

안 실장은 “편안하면서 간결하고 세련된 ‘놈코어’ 스타일의 유행으로 가운처럼 걸칠 수 있는 오버 사이즈드 아우터(큼직한 겉옷)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반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재킷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팬츠와 스커트는 살짝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니 기장 대신 무릎을 덮는 미디스커트, 긴 기장의 팬츠가 유행할 것 같다. 직선 형태의 흰 셔츠도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가을 겨울이면 등장하지만 주류는 아니었던 가죽이 올가을에는 주인공으로 떠오를 것 같다. 신원 여성복 비키 디자인실 김지수 실장은 “가죽 본연의 재질감을 살린 소재 사용이 확대되면서 가죽 스커트, 가죽 팬츠가 멋쟁이들의 필수품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을의 스테디셀러인 니트는 이번 가을에도 여전히 유행 품목으로 꼽힌다. 몸에 딱 붙지 않고 여유로운 형태에 부드러운 재질감을 강조한 니트 톱, 고전적인 느낌의 두툼한 터틀넥, 낙낙한 크기로 편하게 걸칠 수 있는 니트 카디건, 여유로운 모양새의 니트 원피스는 한 벌쯤 마련해야 할 품목이다.

김 실장은 “아이보리 블라우스에 무늬가 있는 스커트를 입고 그 위에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의 카디건을 걸쳐주면 감각적인 가을 놈코어룩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색상은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는 자연스러운 카키색, 미색, 갈색과 함께 검정, 회색, 흰색 등 무채색 계열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강렬한 느낌을 즐기고 싶다면 빨간색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빨간색은 보통 포인트 색상으로 사용했지만 올해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빨간색으로 입는 옷차림이 유행 스타일로 제시되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