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무죄 판결은 궤변”

입력 2014-09-13 03:19
현직 부장판사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을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일선 판사가 다른 판사의 판결에 대해 공개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45·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의 글이 법관윤리강령 위반 소지가 있다며 직권 삭제했다.

김 부장판사는 오전 7시쯤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며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는 것을 뜻하는 말) 판결”이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선거 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 개입은 무엇인가”라며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이것은 궤변”이라고 밝혔다. 또 “이 판결은 정의를 위한 판결인가, 아니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목전에 두고 사심을 담아 쓴 판결인가”라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대선에서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며 “다만 판사로서 법치주의 몰락에 관해 말하고자 할 뿐”이라고 글을 마쳤다.

대법원 내부 게시판 운영위원회는 김 부장판사의 글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등 법원 전산망 운영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직권 삭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다른 법관의 사건을 학술 목적 등 외에 공개 논평하지 못하도록 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등에도 반한다”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