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담배소송’의 법정공방이 12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날 담배가격을 2000원 인상하는 안을 발표한 데 이은 정부의 ‘금연전쟁’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건보공단 측이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지적하자 담배회사들은 지난 4월 대법원의 ‘담배소송 패소판결’을 인용해 가며 건보공단 측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부장판사 박현준) 심리로 열린 담배소송 1차 변론기일에서 건보공단 측 대리인은 “담배는 더 이상 기호품이 아닌 개인과 공중보건에 허락되지 않은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담배에는 타르와 비소 등 69종의 발암물질과 함께 의존성 강한 니코틴까지 포함돼 유해성·중독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담배를 제조·판매한 담배회사들이 흡연 피해로 인해 지출된 보험급여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게 건보공단 측 논리다. 게다가 담배회사들이 담배에 암모니아나 향료 같은 첨가물을 추가해 중독성과 유해성을 더 높였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흡연으로 지난 10년간 지출한 보험급여 규모만 10조원에 이르며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5조6369억원에 달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피고석에 앉은 담배회사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측은 건보공단이 소송을 제기할 자격조차 없다고 반격했다. KT&G 측은 “건보공단이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고, 담배로 인한 직접 피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보공단이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금연운동 차원에서 낸 정치적 프로파간다 같은 소송”이라고 꼬집었다. 또 설령 건보공단이 소송 주체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담배 제조·판매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담배설계 및 표시상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흡연자들은 담배 유해성을 알면서도 자유의지에 따라 담배를 소비했다’며 담배회사 측 손을 들어준 지난 4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건보공단은 “4월 대법원 선고 당시 제출됐던 증거들은 2011년 이전에 이뤄진 부실한 사실조사 자료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소송에서는 최신 연구결과 등을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건보공단은 현재 대법원이 흡연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후두암과 폐암 환자에 대한 급여비용 537억원에 대해서만 청구했지만 향후 재판 경과에 따라 청구금액을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의 담배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앞선 담배소송에서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15년이 걸렸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담배 유해성 은폐” vs “위법행위 없다”
입력 2014-09-13 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