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63)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무죄 결과를 받아든 검찰이 딜레마에 빠졌다. 법원이 핵심 혐의에 대해 검찰 주장을 배척한 만큼 곧바로 항소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항소 대상이 지난 대선의 정당성 문제와도 연결되는 사안이라 청와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검찰은 지난 11일 원 전 원장 무죄 선고에도 공식적으로 ‘침묵’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했고, 선고 이후 몇 시간이 지나서 나온 공식 입장 역시 이와 동일했다. 지난 5일 직파간첩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자 당일 언론 브리핑을 열어 이의 제기를 하며 즉각 항소한 것과 대조된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12일 “대선 개입 무죄 판결에 불복한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국정원이 대선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논리를 고수한다는 건데 당연히 부담을 느끼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문제는 지난해 6월 기소 단계부터 검찰 내부 및 검찰과 법무부 간에 이견이 뚜렷했다. 수사팀은 우여곡절 끝에 의견을 관철시켰지만 상부에 ‘미운 털’이 박힌 상태에서 공소 유지를 해야 했다.
원 전 원장 선고 결과에 대해서도 현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 간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한 검찰 간부는 “대충 예상했던 대로 선고된 것 아니냐”고 했고, 다른 검사장급 인사는 “재판부가 큰 풍파가 일지 않는 쪽으로 판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수사팀 관계자는 “국정원법은 선거운동 범위를 선거법보다 더 협소하게 규정해 놓았다. 국정원법 위반 행위를 선거 기간에 하면 당연히 선거법 위반도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검찰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로서는 내심 원 전 원장 측이 먼저 항소해 주길 바라고 있을 수 있다. 피고인이 항소하면 자동으로 항소심이 열리기 때문에 검찰도 항소해 대응하는 데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항소 기한 하루 전인 17일쯤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항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檢 ‘원세훈 항소’ 딜레마 지휘부와 수사팀 온도차
입력 2014-09-13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