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휩싸인 새정치연합] “安 교수는 물타기” “애초 계획된 것” 논란

입력 2014-09-13 04:06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외부인사 영입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을 심각한 내홍에 빠지게 한 이상돈-안경환 투 톱 체제는 도대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구체화됐을까.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12일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영입 제안이 '이상돈 파동'의 '물타기'라는 의혹이 쏟아지자 그동안의 인선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 진실게임 양상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지난달 비대위원장 추대 수락 직후부터 이번 정기국회를 기점으로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을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정기국회 개회에 맞춰 일찌감치 후임 비대위원장 물색에 나섰다는 것이다.

영입 작업은 박 위원장이 직접 맡아 극비리에 진행했다. 접촉 대상은 한승헌 변호사와 '태백산맥'의 소설가 조정래씨,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등 40대부터 원로급 인사까지 20여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강준만 전북대 교수 등에게도 전화 통화로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접촉한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제의를 고사했다. 인선 작업 후반에는 조국 서울대 교수가 급부상했다. 박 위원장은 문재인 의원에게 도움을 청했고, 문 의원도 실제 조 교수 설득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의 설득에 조 교수가 처음에는 긍정적 의사를 피력했다가 막판에 강의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때 안 교수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진실게임 여부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안 교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물타기 의혹을 제기했다. 박 위원장이 '조국 카드'가 무산된 뒤 이 교수 영입을 추진하다 격렬한 당내 반발에 부딪히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뒤늦게 '투 톱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겠지만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애당초 이 교수 카드로 가려다 반발이 일자 안 교수를 끼워넣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초재선 모임 '더좋은미래'의 한 인사는 "누가 봐도 물타기 아니겠느냐"라고 단정지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물타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안 교수 카드는 원래부터 있었던 계획이었다"며 "안 교수가 이 교수 대타로 오라고 해서 올 사람이냐"고 반문했다. 안 교수와의 조율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혼란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교수와 안 교수가 함께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기 때문에 둘 중 한 명이라도 고사하면 공동비대위원장 구성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휴대전화를 꺼놓고 잠적했던 안 교수가 오후 언론 인터뷰에 응하면서 새로운 양상에 접어들었다. 안 교수는 거듭 비대위원장직에 대한 의사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취재진에게 "제의를 하든 말든 기본적으로 나는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지난 대선 때 기여했다고 생각하고, 그로 인해 역량의 한계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에게 거절 의사를 밝혔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당내 중지가 모아져 제안한다고 해도 비대위원장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 지도부가 오후 늦게 "이 교수와 안 교수 모두 완곡하게 고사했다"고 밝히면서 결국 깜짝 투 톱 카드는 무산됐지만 진실공방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