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백악관에 앉아 있고 그곳으로 비행기가 날아온다는 소식이 들린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침에) 성경을 읽었기를…' 뿐일 거요."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 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전용기 안에서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충격적인 사건과 마주한 무력감을 토로한다.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애리 플라이셔가 9·11테러 13주년인 11일(현지시간) 120여개에 달하는 트윗을 통해 그날의 생생한 기록들을 공개했다.
당일 오전 8시46분 아메리칸항공 소속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건물에 충돌한 그 시각 대통령 일행은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로 향하는 차 안에 있었다. 오전 8시50분, 플라이셔는 비행기 충돌 사실을 연락받았고 대통령에게 이 사실이 전달됐다. 부시 대통령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뉴욕을 도와주라'는 지시를 내리던 9시까지도 단순한 비행기 충돌 사고로 여겼다.
통화를 마친 부시 대통령이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9시5분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은 또 다른 비행기가 WTC 남쪽 건물과 충돌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미국이 공격받고 있다"고 다급하게 알렸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 상황을 인지하고도 즉각 현장을 떠나지 않아 비판을 받았는데 플라이셔는 부시 대통령이 "생각을 정리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9시45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플로리다를 떠났다. 대통령 일행은 펜타곤 등 미국 곳곳이 공격받자 한동안 공중에 뜬 에어포스원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판단했다. 부시 대통령은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와 네브래스카주의 전략공군사령부 등을 거쳐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이날 WTC 빌딩이 무너져 내린 장소에 건립된 국립 9·11테러박물관에서는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식이 열렸다. 워싱턴DC와 뉴욕의 관공서는 일제히 조기를 게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첫 충돌 시각인 오전 8시46분에 백악관에서 묵념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추도식에서 "미국인은 결코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부시, 전용기서 부인에게 전화 걸어 충격적 사건과 마주한 무력감 토로”
입력 2014-09-13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