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물의 청도경찰서장 직위해제

입력 2014-09-13 03:30
경찰청은 경북 청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돈봉투를 돌려 물의를 일으킨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2일 “이현희 당시 청도경찰서장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돈을 받아 지역주민들에게 전달한 과정과 한전이 마련한 돈의 출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능수사대는 수사관 5명을 청도로 보내 이 전 서장과 청도경찰서를 상대로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경찰청은 한전과 이 전 서장의 돈봉투 살포 행위가 징계를 염두에 둔 감찰에 그치기엔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 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청은 이 전 서장이 추석연휴 때 지역주민 6명에게 한전의 위로금 100만∼300만원이 든 봉투를 돌린 사실이 드러나자 즉각 감찰에 나섰다.

앞서 경찰청은 이 서장을 직위해제하고 후임에 송준섭 대전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을 발령했다.

현재 확인된 돈봉투 금액은 1700만원에 달한다. 할머니 6명 중 2명은 봉투를 바로 돌려줬고, 4명은 자녀가 받거나 경찰서 직원이 돈을 두고 가 받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서장은 “추석 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온 할머니 한 명이 먼저 ‘치료비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한전 측으로부터 100만원을 받아 전달했고, 이후 다시 한전에서 1600만원을 받아 지난 9일 다른 할머니 6명에게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한전이 건넨 돈의 출처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돈이 한전의 비자금 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날 경우 본격적인 한전 비자금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청도345㎸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오후 경북지방경찰청 앞에서 청도경찰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과 경찰 유착에 대한 진상 규명과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지역주민 4명은 자신들이 받아 보관했던 800만원을 경북경찰청 민원실을 통해 되돌려줬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