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현실화 방안] 서민 부담 키운 세제정책 ‘최경환노믹스’와 엇박자

입력 2014-09-13 03:31
근로자 소득 증대를 통한 소비 확대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최경환노믹스’가 세제정책에서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밝힌 근로소득증대세제 3종 세트 효과가 미지수인 상황에서 담뱃세, 주민세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세금은 크게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세 부담에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소비가 위축되면 경기 회복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마무리 작업 중인 내년 예산안 수립과 맞물려 사실상의 증세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11일 담뱃값을 2000원 이상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12일에는 주민세, 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세수 부족 사태에 내년 세수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전 및 복지 예산 수요를 채울 ‘쉽고 빠른’ 세수 확보 방안을 찾은 결과다.

문제는 이들 세목이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일정액을 일괄적으로 내는 세금이라는 점이다. 고소득층은 크게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대다수 근로자·서민층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조세저항이 큰 사회 기득권 세력인 대기업·부유층을 겨냥한 법인세나 소득세 증세 방안 대신 서민층을 쥐어짠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하면서 가계 소득을 늘려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살리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이번 방안들은 그와 정반대 길이다. 지금까지 가계소득 증대 방안이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였던 반면 담뱃세, 지방세 세 부담 증가는 당장 내년부터 현실화된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어제 오늘 정부가 발표한 증세 방안은 소비 위축을 불러와 경제 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는 없다’는 현 정부의 원칙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담뱃세·지방세 인상안이 증세가 아니냐는 질문에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꼬아 말했다. 그러면서 “증세 목적으로 담배 가격을 인상했다는 데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며 “증세를 하려면 다른 정공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