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발병땐… ‘골든 타임’ 사수에 달렸다

입력 2014-09-15 03:49

뇌졸중은 발병 시 초기 대처가 중요한 질병이다. 초기대응을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따라 환자의 운명이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뇌졸중이 발병한 순간부터 일 분, 일 초가 생명과 직결된다. 의학계에서 뇌졸중 발병 후 3시간 이내를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뇌는 돌이길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된다.

국내 한 대형 병원에서 뇌졸중 진단을 받은 환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급실 도착까지 골든타임을 지킨 경우는 겨우 47.6%에 그쳤다. 절반 이상이 치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셈이다.

뇌졸중 환자들이 재빨리 병원에 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뇌졸중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명지성모병원 허춘웅 원장은 “뇌졸중도 몇 가지 전조증상과 함께 나타나는데 평상 시 이런 증상을 몸으로 겪고도 위험신호인줄 모르고 그냥 참고 견디거나 심지어 무시하는 이들이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발병 전 전조증상을 보인다. 한쪽 팔다리의 힘이 없어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말을 못하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며 사물이 둘로 포개져 보이는 증상들이 그것이다. 이런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미루지 말고 반드시 뇌졸중 전문병원을 찾아 대책을 세워야 한다.(별표 참조)

인근 종합병원을 놔두고 굳이 대학병원의 응급실을 찾아 먼 거리를 돌아가는 경우, 응급처치를 제대로 할 줄 몰라 우왕좌왕 늑장을 부리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적잖다. 위급한 처지의 뇌졸중 환자에게 병원 선택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과밀화지수’란 용어가 있다. 이 지수가 100%를 넘으면 병상보다 환자가 많아서 아무리 급한 환자도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수도권의 소위 ‘빅5’ 대학병원의 응급실 과밀화지수는 평균 142%에 이른다. 이쯤 되면 중환이라도 신속한 치료가 어려울 게 뻔하다. 이 때를 대비해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에서 신경과와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알아두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환자를 병원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후송하는 수단은 당연히 구급차(앰뷸런스)다. 급한 마음에 택시나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뇌졸중 발생 시 구급차를 이용한 환자의 53.6%가 180분 안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반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 환자는 불과 29.7%만이 골든타임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