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젊음이 곧 건강이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몸이 쇠약해지고 병에 걸리는 것은 머나먼 훗날, 노인이 되었을 때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공중보건학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각종 성인병에 걸리는 시기(연령)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과거 60∼70세 이후에나 나타나던 뇌졸중이 최근 들어 30∼40대 중년층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뇌졸중 굿바이’(피톤치드)를 펴낸 명지성모병원 허춘웅 원장이 뇌졸중 예방 및 극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제시한 생활습관들을 소개한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 하고 가볍게 넘기지 말고 평상시 자신의 생활습관에서 고쳐야 할 점이 없는지 꼼꼼히 체크해 보자.
흔히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뇌졸중은 결코 돌발적으로 내 몸을 습격하는 불청객 질환이 아니다. 뇌졸중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병이다. 알고 보면 뇌졸중은 오랜 기간에 걸쳐 뇌혈관에 쌓인 문제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게 됐을 때 폭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얘기다.
또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뇌졸중이 더 이상 60∼70대 고령자만 걱정해야 하는 뇌혈관질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 뇌졸중 발병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40대 전후, 빠르면 30대의 젊은 나이에 뇌졸중이 오는 경우도 10명 중 1명 이상 나타날 정도다.
허 원장은 “건강검진 때 초음파로 경동맥을 살펴보면 30∼40대 중년층의 혈관 내벽에서도 막에 싸인 혈전(血栓)덩어리, 즉 죽상반(粥狀斑)이 종종 발견된다. 뇌졸중을 부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게 바로 죽상반”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른바 죽상동맥경화의 진행으로 혈관이 좁아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한 죽상반은 비만과 고지혈증, 운동부족, 기름진 것을 좋아하는 식생활습관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
흡연의 영향도 크다.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담배 속의 니코틴 작용 때문에 강력한 혈관 수축과 함께 혈관 벽이 손상되고 혈소판 등이 혈관에 붙어 죽상반이 형성된다.
특히 중년층의 경동맥에 붙어 있는 죽상반은 노년층의 경동맥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과 달리 혈전덩어리를 싸고 있는 막이 얇아서 문제다. 그만큼 더 쉽게 터질 수 있고, 그로 인해 배출된 혈전이 뇌혈관을 가로막아 뇌경색을 일으킬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중년이라도 현재 흡연을 하고 있다면 뇌졸중 예방을 위해 지금 당장 담배를 끊도록 노력하고,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통해 혹시 죽상반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허 원장은 “만약에 모든 흡연자들이 바로 금연을 실천하면 올해 뇌졸중 환자 4명 중 1명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1년간 금연 실천 시 50%가량, 5년 이상 실천 시 비(非)흡연자와 대등한 수준으로 뇌졸중 위험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흡연은 뇌졸중 발생 원인의 60∼70%를 차지하는 고혈압도 악화시킨다. 따라서 혈압이 높은 사람은 정상인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5배나 높다.
잘 알려진 대로 고혈압은 짜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식생활에 의해 심해진다. 여기에 담배까지 피운다면 불난데 부채질하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허 원장은 “싱겁게 먹는 식습관을 길들이고 금연습관만 실천해도 뇌졸중 발생 위험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혈압 관리와 뇌졸중 예방 노력은 매일 맞이하는 밥상머리와 ‘식후 금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평소 스트레스를 줄이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며 피를 맑게 유지하도록 힘쓰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비만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발병 위험이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해지면 결국 혈압이 높아지기 쉽고, 당뇨와 고지혈증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허 원장은 “적어도 1주일에 3회 이상, 매회 30∼40분 이상 규칙적으로 유산소운동을 하는 생활을 계속하면 비만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예방 효과와 더불어 뇌졸중 발병 위험까지 동시에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뇌졸중 막으려면… “짜고 기름진 음식 피하고 담배 끊어라”
입력 2014-09-15 03:47